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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연극계 "활력" 초대형무대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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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초대형 연극공연이 잇따라 가을연극계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극단 대중의 뮤지컬『캐츠(고양이들)』가 지난 주말 문화체육관에서 막을 올 린데 이어 20일부터는 극단실험극장이 창립30주년 기념 작으로『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캐츠』는 22일까지 매일 오후3시·7시,『안토니…』는 11월4일까지 평일오후 7시30분, 주말오후 4시·7시30분에 공연.
『안토니…』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 희곡으로 특히 5막42장의 장대한 스케일로 유명하다. 20세기 최고의 뮤지컬로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는『캐츠』가 화려한 현대적 무대를 자랑한다면『안토니…』는 정통 서구 극의 웅장한 비극 미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안토니…』는 그리스·로마 사를 인물중심으로 엮은『플루타르크 영웅전』중 로마의 용장 안토니우스와 이집트여왕 클레오파트라의 비극적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 셰익스피어가 4대 비극인『햄릿』『오셀로』『리어왕』『맥베드』를 연이어 발표하던 40대의 절정기에 쓰여져 특유의 화려하고 시적인 대사의 아름다움과 완성된 고전 극작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웅의 사랑을 그린 내용은 역사적 사실에 따라 방대하게 전개되면서도 인간본연의 애욕과 갈등을 섬세히 전한다. 안토니와 함께 이집트를 점령한 영웅 시저와의 정치적 알력,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의 불같은 사랑과 증오의 반전이 2시간이상의 공연을 시종일관 긴장되게 한다. 그러면서도 극 전개 중 영웅들이 보여주는 인간적 모순과 허위·질투가 첨예하게 드러나며 종국에는 죽음으로 현실적인 사랑을 끝마치는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통해 영원한 사랑의 비극 미를 강조한다.
극단 실험극장은 이같이 어려운 대형 극의 국내공연을 위해 국내정상급 연기자를 캐스팅하고 2억 여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극단 측은 우선 고대 이집트의 화려한 왕궁과 대규모전투장면 등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수석무대미술가인 파라 씨를 초청해 무대장치와 의상제작을 맡겼다.
연출은 실험의 대표적 연출가로『아일랜드』『신의 아그네스』『사의 찬미』등을 연출했던 윤호진 씨가 맡았다.
클레오파트라 역은 재기 발랄한 만능여배우 이혜영, 안토니우스 역은 탄탄한 연기력의 중견 배우 이호재씨가 맡았다. 시저 역으로는 연극에서 출발, 영화배우로 급성장하고 있는 정보석이 출연한다.
최근의 초대형무대는 그간 소극장공연에만 빠져 있던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인 동시에 국내연극계의 공연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의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연극평론가 한상철 교수(한림대)는『요즘 공연이 대부분 소극장용이고 대 극장 공연도 대형무대를 잘 활용하지 못해「난쟁이공연」이란 평을 받아 왔었다. 이러한 때 본격적 대형무대가 등장하는 것은 연극이 보여줄 수 있는 극적인 세계를 넓혀 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대형무대를 정착시킬 수 있는 연기·연출이 길러져 연극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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