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이 먼저 통화내역 제출한다고 해”…감사원, 野 제보자 색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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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모습. 뉴스1

감사원 모습. 뉴스1

감사원이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통화 내역을 제출받아 들여다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정부 기관이 고위 간부들의 통화 내역을 일괄적으로 제출 받아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성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포함해 국장 이상 간부 31명 전원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찰관실에 자신들의 통화내역을 제출했다. 최재해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나온 야당 의원의 폭로 때문이었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 원장 인사청문회 닷새 전인 지난해 10월 28일 감사원 내부자로부터 받은 투서를 공개했다. “최 원장이 임명되면 청와대 A 비서관이 감사원으로 인사이동을 했다가, 내년(2022년) 3월 감사위원으로 임명된다는 말이 유력하게 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투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관련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최성호 사무총장은 “나부터 솔선수범해서 통화 내역을 제출할 테니, 다른 간부들도 자발적으로 제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31명 간부 전원이 통화 내역을 제출했다. 대부분이 6개월 치 내역을 냈다고 한다.

감사원 감찰관실은 통화 내역을 들여다보며 간부들이 야당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제보자 색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제 되는 통화 내역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성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6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최성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해 6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통화 내역 감찰에 대해 감사원이 청와대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청와대가 A 비서관을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려고 한다’는 소문에 불편한 기색을 보여왔다. 그런데 야당 의원의 폭로로 언론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 되자, 최성호 사무총장이 “솔선수범하겠다”며 통화 내역을 제출하고 간부들에게도 이를 독려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기강 확립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원장 공석인 상황이 4개월 넘게 지속했고, A 비서관 관련 투서 외에도 내부 이야기가 바깥으로 나가는 일들이 있었다. 내부 기강을 잡을 필요가 있어 통화 내역을 제출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간부들의 통화 내역 제출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나 몰래 실무진이 했다면 모를까, 내가 재임하던 때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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