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엄마 모유 먹었더니…아기도 코로나 항체 생겼다

[셔터스톡]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여성의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항체가 전달된다는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의 캐서린 아카로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산부인과학’에 “mRNA(전령리보핵산) 백신을 접종받은 여성의 모유를 먹은 아기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백신 주사를 맞은 산모가 수유 중인 아기의 배설물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처음으로 발견했다”며 “항체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는 것을 밝혀 여성이 백신 접종 후에도 모유 수유를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지난해 1~4월 mRNA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고 아기에게 모유를 수유 중인 여성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부분 의료진인 이 여성들은 백신 1차, 2차 접종 전후에 모유를 채취해 연구진에 제공했다. 또 여성의 백신 2차 접종 이후 21일이 지나 모유를 먹는 아기의 대변 시료를 채취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 주사를 맞은 여성의 모유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중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를 인체 세포에 결합해 침투하는데, 항체는 스파이크에 먼저 결합해 인체 감염을 차단하는 중화 반응을 보인다. 모유의 중화 효능은 대부분 이뮤노글로불린G(IgG) 항체 덕분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 모유에 있는 항체들이 D614G 변이와 알파, 베타, 감마 등 4가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중화 효능을 보였다는 사실과,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도 증가해 모유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아울러 연구 진행 중 백신 접종 여성의 모유를 먹은 아기들의 대변에선 IgG 항체와 IgA 항체가 각각 33%, 30% 검출됐다. IgG 항체는 혈액에 있는 항체의 70~80%를 차지한다. IgG 항체 두 개가 서로 맞대고 있는 형태의 IgA는 혈액 항체의 15%에 그치지만, 침이나 눈물, 모유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아기의 코로나 항체는 여성의 코로나 백신 후유증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아카로 교수는 “여성이 백신 주사를 맞고 많이 아팠으면 아기의 대변에서 항체가 더 많이 검출됐다”며 “모유 수유 여성이 백신 주사를 맞고 몸이 안 좋았다면 아기에게는 혜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한 임신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에선 AZ 맞은 엄마 모유 먹은 아기 사망…연관성 조사 결과는 오리무중

한편 지난해 6월 대만에선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AZ)를 접종한 엄마로부터 모유를 수유 받은 영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만 중시신문망 등에 따르면 윈린현 후웨이진에 사는 쑤씨(30대)가 AZ 백신을 접종한 이후 2개월 된 딸에게 모유를 수유했는데, 딸이 이튿날 새벽 숨졌다.

중시신문망 등은 “21일 오후 11시경 모유 수유를 할 때까지도 아기는 정상이었지만, 22일 새벽 3시께 다시 모유 수유를 할 때 아기는 이미 호흡이 없고 심장 박동이 멈춘 상태였다”며 “이후 아기는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고 밝혔다.

대만 당국은 가족 동의하에 아기의 사망과 백신 접종 간 연관성에 대해 조사했다. 다만 조사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