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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설전 1인당 100만원 맞춰주자"…3년 연속 선거직전 돈풀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년 연속 선거를 앞두고 돈을 푸는 ‘1분기 추경’이 가시화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이 연초인 1분기에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금까지 단 두 번뿐인데, 모두 2020년ㆍ2021년 문재인 정권에서였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올해 추경 편성안을 2월 임기국회 안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말 그대로 신년 추경이 되게 하겠다”며 “제때를 놓치면 의미도, 역할도 퇴색한다”고 밝혔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추경은 넘친다는 평은 못 들어도 이 정도면 됐다는 정도의 규모로는 편성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접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다시 꺼낸 데 따른 것이다. 설 전에 25조∼3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후보는 전날 “우리는 대개 1인당 50만원에 못 미치는 정도를 지원했는데, 최소 100만원 정도는 맞춰야 한다”며 “여야가 (정부에) ‘국채 발행을 포함해 대규모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정부가 거절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8일 반대여론과 재정당국의 재원조달 우려에 부딪혀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을 철회한 지 48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연도별 추경 편성 그래픽=전유진 기자 yuki@joongang.co.kr

문재인 정부 연도별 추경 편성 그래픽=전유진 기자 yuki@joongang.co.kr

정부는 일단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의 요구를) 국민 의견의 하나로서 경청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야당도 원칙적으로는 추경 편성에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의 방침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이 처리되면 2020년부터 3년 연속 1분기에 추경이 편성된다.

2000년 이후 추경은 총 23차례 편성됐다. 이 중 1분기에 국회를 통과한 건 2020년 1차(3월 17일)와 지난해 1차(3월 25일) 두 차례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2분기인 4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1980~2000년으로 거슬러 가도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차(3월25일) 외엔 1분기 추경의 전례가 없다.

공교롭게도 문 정부 들어 편성된 1분기 추경은 21대 총선(2020년 4월15일)과 서울ㆍ부산시장 재보궐선거(2021년 4월7일)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당시 선거를 의식한 ‘돈 풀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번에 이 후보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추경도 3월 대선을 불과 한 달여 남겨놓은 시점이다. 나랏돈을 선거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다시 거세지는 배경이다.

2월 추경이 현실화하면 나랏빚(국가채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올해 말 국가채무는 1064조원으로 불어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 50%에 도달한다. 이 후보의 말대로 25조~30조원 규모의 추경을 하려면 올해 본예산 기준 74조원인 적자 국채 발행 규모를 100조원 안팎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 집권 초기 정부 씀씀이가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국가채무가 11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장과 조세재정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정치의 재정ㆍ경제정책 개입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습관성 추경과 재정 의존증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이미 문 정부 5년간 불어나는 나랏빚이 400조원을 넘어선다”며 “미래세대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정치권에서도 국가재정 정상화 의지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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