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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차인표 “인어 이야기 쓰는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미 두 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조선을 배경으로 인어가 주인공인 새 작품의 초고를 마무리한 배우 차인표가 서울 청담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미 두 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조선을 배경으로 인어가 주인공인 새 작품의 초고를 마무리한 배우 차인표가 서울 청담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말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배우 차인표는 『이라크의 역사』란 책을 읽고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와 연관이 있어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차인표의 첫 소설이 다시 나왔다. 2009년 펴냈던 장편 『잘가요 언덕』이 지난달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으로 제목을 바꿔 재출간됐다. 백두산 자락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갔던 ‘순이’의 삶과 사랑 이야기다. 책날개의 작가 소개가 눈에 들어온다. “서울 출생. 소설가이자 독서광 그리고 29년 차 배우. (중략) 구전 설화와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한국형 판타지 시리즈를 기획 집필 중이다.”

차인표는 지금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무엇 때문에, 어떻게 쓰고 있나?
“글쓰기가 운명인 것처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코로나19 이후 하루 4~5시간씩 앉아 2500자씩 쓴 뒤 다음 날 2000자를 지우는 일을 반복해왔다. 최근 장편 하나의 초고를 마쳤고, 다음 장편을 시작했다.”
첫 소설이 13년 만에 다시 나왔다.
“당시 11세이던 아들에게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생명 이야기로 설명하기 위해서 썼다. 시간이 지나니 읽는 사람도 별로 없고 책이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다. 출간 6년 뒤 스스로 절판을 결정했다가 이번에 복간했다.”
새 소설을 내겠다는 신호탄인가.
“2011년 둘째 장편 『오늘예보』를 낼 때까진 죄책감이 있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것도 아니고, 유명인이라 작품을 쉽게 발표할 수 있었다. 그럴 가치가 있나 자기 검열을 하다 보니 꾸준히 쓰지 못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시대가 되면서 많이 읽고, 쓰면서 집중하게 됐다.”
‘연예인 소설’이라는 평가가 짐이 됐나.
“내 소설이 당시 그룹 빅뱅 화보집, 여배우 뷰티 책과 묶여 소개되더라. 진심이 전해지지 않아 아쉬웠다. 결국 많이, 계속 써야 소설가로 보지 않겠나.”
어떤 작품을 쓰고 있나.
“일제강점기 직전 조선의 인어(人魚) 이야기다. 민담이나 설화는 당대의 아픔을 반영한다. 인어 설화를 독도에 수만 마리가 살다가 포획으로 멸종된 강치(물갯과 동물) 이야기와 엮고, 인간 욕망과 슬픔을 연결했다.”
소설 쓰기를 사명으로 여기게 된 이유는.
“내가 가장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읽고, 생각하고, 편집하고, 창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로 중국 지안(集安)의 국내성을 보면 고구려 역사나 축성법 대신, 당시 공사에 동원돼 해자를 파다 죽었을 수 있는 하층민이나 그의 아버지·어머니의 마음을 이야기로 써보고 싶어진다.”
연기와 어떻게 다른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는 퍼즐의 한 조각이다. 반면 글쓰기는 퍼즐 자체의 판을 짠다. 내가 온전히 구성을 담당하는 자유로움이 엄청나다.”
글쓰기는 독학인가.
“맞다. 이젠 지식 접근 방식이 변했다. 매일 운동할 때 두시간씩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영국 옥스퍼드나 미국 예일대의 소설 강좌를 듣는다.”
새로운 작품은 언제 볼 수 있을까.
“구체적으론 모른다. 새싹이 죽지 않고 나무가 되는 게 목표다. 이제 56세다. 늦게 시작한 만큼 일 년에 두 편쯤 발표하고 싶다. 그렇게 5년 정도 하면 스스로 ‘내 직업이 소설가’라고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연기자 차인표는 계속 볼 수 있나.
“물론 주연이 들어오면 몇 달간 연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나를 부를까? 모르겠다. 이젠 글쓰기가 제일 자유롭고 행복하니 더 나이 들어서 직업은 소설가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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