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학가서 사라진 닭발집…문 정부 5년 지방상권 초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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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에서 2014년부터 닭발집을 운영한 신모(31)씨는 올해 초 장사를 접었다. 지금은 서울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신씨는 대구의 한 대학가에서 닭발을 팔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면서 폐업 결정을 내렸다. 그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라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우리 가게의 문제가 아니라 상권이 쪼그라든 영향”이라고 말했다.

고령인구 비율 상위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령인구 비율 상위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방상권 초토화’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역 인구와 소득은 감소하고,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지난해 초부터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역 소상공인 어려움이 가중됐다.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인구와 1인당 소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지역 간 소상공인 격차도 함께 벌어지는 모양새다.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강원·경상·전북·충북 등의 지난해 실질가계소비지출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때인 2017년보다 줄었다. 광역시도 피해가지 못했다. 6개 광역시(부산·인천·대구·광주·대전·울산) 중 인천을 제외한 5곳의 지난해 실질가계소비지출은 2017년보다 감소했다. 가계에서 1년간 지출한 금액을 합하고 물가 요인을 뺀 통계로, 소비한 가구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전국의 지출이 줄긴 했지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지출액은 2017년보다는 높았다. 특히 소상공인 매출과 직결되는 서비스 지출에 한정해서 보면 지역상권의 어려움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로 수도권에 거리두기 조치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서울과 경기의 서비스업 가계지출은 2017년보다 각각 1.1%, 0.2% 올랐다.

서비스부분 가계실질지출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비스부분 가계실질지출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같은 기간 전국 6개 광역시의 서비스 가계지출은 모두 떨어졌다.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울산의 경우 서비스에 지출한 실질액이 2017년보다 8.2% 감소했다. 경북 3.7%, 강원 3.5% 등 광역시보다 규모가 작은 시·군이 포함된 도 단위에서도 서비스 지출 감소가 나타났다.

고령인구가 많은 비수도권의 특성상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가 상대적으로 약했어도 활동량 감소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 활성화도 지방 상권을 가라앉게 했다. 비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수도권 집에 머물면서 아예 지방에 내려가지 않는 사례가 많아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소득 격차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비수도권 인구는 2018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추세지만, 수도권으로의 전입이 늘어 수도권 인구는 늘고 있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 줄고, 소비수준이 낮은 고령층 비율은 높다 보니 지방상권 부진으로 이어진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비수도권의 1인당 지역총소득이 수도권의 79.7%였다. 2000년 이후 소득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소득인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소득격차는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히 벌어졌다”며 “상위 20%의 소득은 코로나 이후에도 늘었는데 이런 사람이 수도권에 더 많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가구 주소지를 기준으로 집계하다 보니 실제 지역상권의 매출 감소는 통계보다도 심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소비 증가로 감소한 소상공인 매출은 통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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