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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3~4시간이면 확인…"검사량 증가해 확진자 늘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가팔라졌다. 첫 환자 발생 28일 만에 누적 감염자가 600명에 다가섰다. 앞으로 감염자는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PCR(유전자 증폭) 검사법의 보급으로 숨은 오미크론 감염자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다. 지금까진 역학적 관계, 의심사례에 한정해 최소 3일 이상 걸리는 별도의 확정검사를 해왔다. 정부의 대응 방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0일부터 전국 지자체 23개 기관(권역별 대응센터 5곳과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18곳)에 신규 PCR 시약이 도입된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여부를 3~4시간 만에 알 수 있는 시약이다.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 입국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 해외 입국자들이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이전까지는 PCR 검사로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일단 확인한 뒤 의심 사례에 대해 별도로 전장 또는 타깃 유전체 분석을 해야 했다. 이런 검사는 질병청 본청이나 지방청에서밖에 못한다. 이에 각 지역에서 검체를 따로 보내 진행해왔다. 방법에 따라 타깃 유전체 3~5일, 전장 유전체 5~7일이 걸렸다. 새 변이 PCR 분석법을 쓰면 이런 절차 없이 3~4시간이면 오미크론 감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은진 중앙방역대책본부 검사분석팀장은 “지자체마다 분석 역량이 다르지만, 평균 확진자의 10~20% 수준으로 검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판별이 용이해지지만 그만큼 감염자가 대거 늘어 우세종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검사량이 많아지고 확정 규모가 올라갈 거로 전망한다”며 “확정 사례 위주로 통계 관리하고 상황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29일 0시 기준 109명(해외 유입 69명, 국내 감염 40명) 추가돼 558명으로 불었다. 지난 1일 첫 환자 발생 이후 일일 감염자가 100명 넘게 확인된 건 처음이다. 역학적 연관 사례 242명까지 합치면 800명에 달한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이날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확인됐다.

국내 오미크론 감염 환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오미크론 감염 환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초기에만 해도 해외 입국자를 중심으로 접촉자에 전파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점차 지역사회에서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사례가 산발적으로 생기며 감염 고리 차단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 이날까지 경로 불명인 집단 감염은 모두 8건으로 관련한 확정·연관 사례만 240명이다. 해외유입 사례(243명)와 맞먹는다. 박영준 팀장은 “감염 경로가 불명인 사례는 더 증가할 것”이라며 “질병 특성상 동일 시간대에 노출된 사람을 전부 격리하는 데 한계가 있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경로) 불명인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르면 내달 말께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주 표본 분석한 결과로는 국내 지역사회에서의 검출률은 1.8%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해외 사례를 보면 (유입) 불과 한 달 내외에 우세종으로 전환되며, 확진자 규모를 2~3배까지 증가시킨다. 우세종화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1개국에 대한 입국제한, 에티오피아발 항공편 운항 중단, 접종 완료자 10일 격리 등의 조치를 2월 3일까지로 4주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입국 시 사전 PCR 음성확인서 기준도 발급일→검사일로 강화해 1월 13일부터 입국자는 72시간(3일) 이내 검사한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오는 직항편 판매도 이날부터 내달 20일 24시까지 일시적으로 중단한다. 이미 예약된 항공권을 통해서는 입국이 가능하며 이 경우 격리면제는 유지한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기까지 한, 두 달 남짓 시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시작되면 일일 확진자가 수만 명을 넘어 PCR로 진단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지금의 3T(검사-추적-치료)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웃소싱을 통해 선별검사소를 확보하고 보건소, 의료기관의 부담을 감소시켜야 한다”며 “병상 대기자에게 산소치료,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할 임시대기센터를 운영하고 중환자실, 감염병 전담 병동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은 높지만 재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중증화율 감소 폭이 미국, 유럽 등만큼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체계에 심각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접종과 점진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유행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오미크론 백신 확보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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