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년 3월 대선 끝나면 전기·가스요금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전기·가스 요금이 줄줄이 오른다. 다만 전기요금은 대선이 끝난 내년 4월부터, 가스요금은 내년 5월부터 세 차례 인상된다.

지난 20일 정부가 내년 물가 안정을 위해 1분기 공공요금을 동결한다고 밝힌 지 1주일 만에 인상 계획을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든 국민의 부담을 고려해 요금 조정 시기를 늦췄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내년도 기준연료비를 올해보다 킬로와트시(㎾h)당 9.8원 인상한다고 했다. 기준연료비는 2회에 나눠 올린다. 우선 내년 4월에 인상 폭의 절반인 ㎾h당 4.9원을 먼저 올리고 이후 10월에 ㎾h당 4.9원을 추가로 인상한다. 환경정책 비용을 반영한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h당 2.0원 인상한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한 것은 2013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원래 방침대로 동결한다.

주택용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4㎾h)를 기준으로 할 때, 4월부터는 기후·환경요금을 포함한 전체 전기요금이 한 달 평균 2097.6원 오른다. 그리고 10월에는 1489.6원 추가로 더 인상한다. 이 기간에 분기 실적연료비 변동이 없다면 10월부터는 4인 가족 기준 평균 한 달 3587.2원의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 한전은 인상 시점 분산 효과까지 고려하면 내년 요금이 올해보다 평균 5.6%(4인 가구 기준 1950원) 정도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요금은 ▶전년 평균 연료비인 기준연료비 ▶그해 매 분기 평균 연료비인 실적연료비 ▶정부 환경정책으로 발생한 비용 등 크게 3가지를 고려해 정한다. 한전은 내년 ‘기준연료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유연탄 가격이 전년보다 20.6%, 천연가스 20.7%, BC유가 31.2% 상승한 것을 인상 요인으로 설명했다.

4월부터 ㎾h당 2.0원 인상하는 기후·환경요금은 원래 전기요금에 포함돼 있었지만, 올해부터 분리해 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재생에너지의무발전제도(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의무이행비율 증가(7→9%),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비율 증가(3→10%),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등에 따라 관련 부담이 늘었다.

한전 올 적자만 4.3조…“정부, 대선 앞두고 비판 소나기 피하려 전기료 인상 늦춰”

정부가 내년 1분기 가정에서 소비되는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에게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은 연일 상승해 최근 6년 내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되는 구조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분기 가정에서 소비되는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에게 사들이는 전력 도매가격은 연일 상승해 최근 6년 내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되는 구조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외쳐온 정부가 전격적으로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한 것은 그만큼 최근 한전의 적자가 심상치 않아서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 한전은 총 1조5814억원(연결기준) 적자를 봤다. 한전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4조3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의 적자가 쌓인 것은 높아진 연료비에도 정부가 여론 눈치에 요금 인상을 계속 미뤄서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 1분기 낮아진 국제유가를 반영해 오히려 요금을 깎아줬다. 이후 연료비가 상승했지만, 요금 인상을 미루다 4분기에 예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그쳤다.

한국가스공사도 이날 2022년 민수용(가정용) 원료비 정산단가 조정안을 의결했다. 가스요금 정산단가는 내년 5월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23원 오른다. 또 7월과 10월에는 각각 1.9원과 2.3원 또 인상된다.

내년 전기요금 얼마나 오르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년 전기요금 얼마나 오르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에 따라 월평균 사용량 2000MJ을 기준으로 한 월평균 부담액은 현재 2만8450원에서 내년 10월 이후에는 3만3050원으로 4600원 인상된다. 내년 5월 2460원 늘어나고, 7월에는 다시 1340원 증가하며, 10월에는 다시 800원 오르는 식이다.

가스요금은 이러한 정산단가에 연료비와 공급비가 더해져 산정되는 구조다. 가스공사 측은 “올해 말까지 누적된 연료비 미수금이 1조8000억원인데, 요금 인상에 따라 향후 2년간 회수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동절기인 1분기에 요금 부담이 큰 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일단 비판 여론이라는 소낙비를 피하고자 인상 시점을 늦춘 것 같다”며 “재생에너지 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요금은 매년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