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병 누나의 눈물(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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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러분,석양이를 살려주십시오.』
13일 오후3시40분 「보안사 불법사찰규탄 국민대회」가 열리는 서울 대방동 보라매공원.
보안사의 민간인사찰을 폭로한 윤석양이병(24)의 누나 석례씨(41)가 연설을 시작했다.
『석양이는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한번도 걱정을 끼친 일이 없는 착하디착한 아이입니다. 이런 동생이 프락치가 돼 동료들을 교도소로 보내야 했으니… 가슴이 찢어졌을 겁니다.』
동생의 고통을 담은 누나의 호소는 계속됐다.
『석양이는 동료들에게 진 빚을 갚기위해 양심선언을 계획했을 겁니다. 자신에게 닥칠 엄청난 재난을 잘 알고 있으면서…. 여러분,동생이나 아들이라 여기시고 석양이를 도와주세요.』
연설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오는 누나를 향해 10만여 참석자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윤이병의 수배를 해제하라.』
『불법사찰 중단하라.』
장내의 함성속에 누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윤이병의 고통도 문제지만 가족들도 큰일입니다.』
윤이병 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KNCC인권위 사무국장 김영주목사는 가족들이 당하는 고통은 형언할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서너통의 협박전화에 시달리고 있고 4∼5대의 괴차량이 가족들을 끊임없이 미행하고 있습니다.』
김목사는 대회전날인 12일 밤에도 갈현동 윤이병 집에 기관원들이 찾아와 『석례씨가 집회에 나가면 앞으로 좋지않을 것』이라는 협박조의 말을 하고 갔다고 밝혔다.
오후5시40분쯤 대회가 끝나고 주위의 보호를 받으며 공원을 나서는 윤이병누나의 긴 그림자속에 윤이병가족의 고통과 민간인사찰의 망령이 드리워져 있는듯 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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