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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군구 42%, '초고령사회' 진입…‘잠재성장률’ 마이너스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빠른 고령화로 지난해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이미 고령인구의 비중이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은 불과 7년만인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짧다. .이미 주요 경제예측 기관은 저출산ㆍ고령화를 이유로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26일 기획재정부ㆍ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고령인구(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는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사회는 ‘고령사회’, 20% 이상인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지난해 전국 261개 시군구(행정시ㆍ자치구가 아닌 구 34개와 세종시 포함) 중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곳은 41.8%인 109개였다. 이는 행정안전부에서 공표하는 연말 주민등록인구를 토대로 산출했다.

고령인구 비율 상위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령인구 비율 상위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의성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8%를 차지했다. 전남 고흥도 40.5%로 40%를 웃돌았다. 이어 경북 군위(39.7%), 경남 합천(38.9%), 전남 보성(37.9%), 경남 남해(37.3%), 경북 청도(37.1%), 경북 영덕(37.0%)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2001년 고령인구 비율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 고령인구 비율 14.4%로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중위)에서 한국은 오는 2025년 고령인구 비율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7년이 소요됐으나,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는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OECD 37개국 중 지난해 초고령사회인 국가는 일본ㆍ이탈리아ㆍ프랑스ㆍ독일 등 11개국이다. 이 중 가장 빠르게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간 일본도 1994년 고령사회(14.1%)에 들어선 뒤 2005년 초고령사회(20.2%)가 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연령별 인구구조, 1960~2070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령별 인구구조, 1960~2070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진행 속도로 한국의 미래 경제는 활기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연금 등 복지 혜택이 필요한 연령층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일하며 세금을 내는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앞당겨지고, 국가 재정은 악화한다. 근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재정ㆍ복지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통계청은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 3738만명(총인구의 72.1%)에서 ▶2030년 3381만명(66.0%) ▶2040년 2852만명(56.8%) ▶2050년 2419만명(51.1%) ▶2060년 2066만명(48.5%) ▶2070년 1737만명(46.1%)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50년간 생산연령인구가 2000만명 이상 줄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할 인구는 지난해 38.7명에서 2070년에는 116.8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70년이 되면 돈을 벌어 생산에 기여하는 인구보다 생산에 기여하지 않는 인구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이런 인구절벽은 ‘생산→고용→소비→투자 감소’ 식으로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경제 규모는 쪼그라들게 된다.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

부양비, 1960~2070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양비, 1960~2070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정적으로 복지에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인구 감소로 들어오는 돈은 줄어든다”며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벌이기가 힘들어지고, 재정ㆍ통화 정책을 펼치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미 주요 국내외 경제예측 기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 0%대에 진입하고,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며 잇따라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자본ㆍ노동생산성 저하, 신산업 투자 부족, 규제 개혁 미흡, 사회 양극화 등 여러 가지가 원인과 변수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꼽는 핵심 원인은 바로 인구구조 변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60년까지의 장기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정책 대응 없이 현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한 ‘기본 시나리오’에서 올해 2.35%를 기록한 뒤, 2033년 0%대(0.92%)에 진입하고, 2047년(-0.02%)부터 2060년(-0.08%)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한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잠재성장률 하락 폭(2021년 2.62% → 2060년 1.47%)보다 낙폭이 크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장기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

한국의 잠재성장률 장기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

한국과 함께 마이너스 잠재성장률을 기록하는 국가는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로, 이미 인구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 나라다. 한국은 2043년(0.11%)부터 줄곧 이들 국가와 함께 주요 51개국 가운데, 잠재성장률 하위 3위권을 유지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ㆍ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는 0%대 초반으로 하락한 뒤, 2045년에는 -0.56%까지 추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향후 10년 내 0%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 출산율(2020년 기준 0.84)을 단기간 내에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2.1)으로 올리는 것이 해법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지속 가능한 초고령 사회로의 연착륙을 준비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미 진행된 저출산에 적응하고, 인구 감소가 만들어 낼 사회를 예측하며, 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정년연장 공론화, 고령 친화적 생태계 구축, 주거복지 패러다임 전환 등 ‘인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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