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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24시] '중년이면 어때서' … 40~50대 와글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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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 가요의 산증인인 대중음악평론가 이백천(사진)씨는 요즘 조인스 블로그에 푹 빠져 있다.

이씨는 '똘강'(blog.joins.com/baick)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깅과 카페 친구를 사귀는 재미에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얻고 있다.

아들의 권유로 지난해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이씨는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블로그할 때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해학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겠는가. 동심을 아예 잃어버리면 나이 먹어 뭘 하겠어.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야지."

'똘강'이라는 닉네임은 수십 년 전 가수 조영남씨와 쎄시봉에서 어울려 다닐 때 조씨가 그의 이름을 '하얀 개울(白川)'이라고 풀어쓴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똘강은 도랑의 충청도 사투리다.

조인스 블로그와 카페에는 이씨처럼 지긋한 연배의 블로거들이 무게를 지닌 글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똘강'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중년이면 어때서'라는 카페(cafe.joins.com/4050interest/)가 대표적인 곳.

이 카페에는 주로 40~50대의 중년 블로거 760여 명이 모여 중년의 낭만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회원의 경조사에도 참석하고 번개모임도 자주 갖는다. '똘강'은 지난달 22일 조인스 블로그 친구인 '가을이' 님의 아들 결혼식에 주례를 서주기도 했다. 이 주례는 올 4월 '도돌돌' 님의 아들 결혼식 주례 때 '가을이' 님한테 약속했던 것이다.

이씨는 "요즘엔 포크 싱어들과 만남이라든가 일상사를 일기 형식으로 남 의식하지 않고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똘강'을 비롯해 '중년이면…'의 카페 회원들은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올 2월 작은 음악회 때는 가수 김도향.추가열 등 '똘강'의 지인들도 함께 참석했다.

카페 회원의 면면도 다양하다. 카페의 무게중심격인 시인 '시몬', 카페 회원이면서 열혈 블로거인 '은하수' 등등.

특히 '은하수' 님이 자장면에 얽힌 아버지와 추억을 쓴 글 '자장면과 아부지'는 화제의 글로 꼽히기도 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자장면을 사 달라고 조르다가 엉덩이를 맞았던 '은하수' 님은 "그날 저녁 아부지는 혼자 마루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우시며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이 글이 온라인상에 돌자 자장면을 소재로 한 TV 특집에서 이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주력 사용자가 10대.20대라고는 하지만, 중.노년 블로거들이 온라인에서 뿜어내는 '회춘'의 열기 또한 그들 못지않다.

그래! 중년이 뭐가 어때서?

조인스닷컴 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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