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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학력, 부모 경제력과 비례” 이재명·샌델 1시간 ‘공정’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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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을 주제로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미국 아이비리그에는 상위 1% 가정에서 자란 입학생 수가 하위 90% 출신보다 훨씬 많다.”(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

“대한민국 학생들 학력 수준도 부모의 경제력 수준과 대부분 일치한다는 게 통계적으로 드러났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후보가 21일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와 화상으로 대담했다. 두 사람은 이날 입시 기회의 공정 문제, 빈부격차를 포함한 사회의 불평등 해소 방안 등에 대해 1시간여 동안 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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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정동 1928아트센터에 꾸려진 화상 대담 무대에서 이 후보는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과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성장이 정체됐고, 이것은 기회의 부족을 초래했다”며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 세대들이 적은 기회를 놓고 많은 사람이 경쟁하니까, 탈락이 곧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사 시절 샌델 교수의 저서인 『공정하다는 착각』을 여러 차례 읽었다면서 “최근 교수님께서 ‘공정하다는 것이 보기만큼 공정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해 주셨다. 제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고민하고 있는 의제”라고도 했다. 그러자 샌델 교수는 책에서 다룬 ‘능력주의의 덫’을 거론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누가 더 높은 연봉을 받는지, 누가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지 두 가지로 대표되는 ‘능력주의’를 믿고 있다”며 “이런 능력주의는 결국 평등보다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가져오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 과정에서 JTBC ‘스카이 캐슬’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드라마 얘기도 나왔다.

▶샌델 교수=“최근 ‘스카이 캐슬’에서 한국의 치열한 입시경쟁을 봤다. ‘오징어 게임’은 능력주의의 결함,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패배감을 잘 다뤄 큰 국제적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사회에는 어떤 시사점이 있었나.”

▶이 후보=“‘스카이 캐슬’은 형식적으로 평등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입시제도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미국 (입시)에도 소수 인종, 취약계층, 지역 배려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이 후보는 또 “교수님 책 중 ‘차라리 추첨이 더 공정하지 않나’라는 내용에 공감했다”며 추첨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샌델 교수는 “대학 입학 추첨제는 공정한 입학제도를 제공할 수 있다”며 “책에 언급한 것은 명성 있는 대학 입학에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운이 크게 작용했다는 걸 인지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선대위는 이날 대담에 대해 “미래기획단 이근형 단장, 또 부단장이자 당내 미국통으로 알려진 강선우 의원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성사시킨 일정”이라며 “회심의 역작”이라고 소개했다. 윤석열 후보에 비해 앞서 있다고 주장하는 이 후보의 ‘준비된 비전’을 보여주기 위한 기획 일정 시리즈의 일환이라는 게 이 후보 측 설명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훌륭한 분을 모셔다가 코미디를 찍었다”(윤희숙 전 의원)는 혹평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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