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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주택 보유세 동결’ 선거용 땜질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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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근 4년 내내 공시가격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내년에도 공시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 이 여파로 주택 보유세와 은퇴자의 건보료도 급등하게 된다.

최근 4년 내내 공시가격이 수직 상승하고 있다. 내년에도 공시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 이 여파로 주택 보유세와 은퇴자의 건보료도 급등하게 된다.

이재명 “공시가 재검토” 후 당정 추진  

대선 앞 병 주고 약 주는 해괴한 처방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공시가격 제도 개선 당정협의회를 열어 주택 보유세의 한시적 동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제안에 따라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또 1세대 1주택자와 고령자에게는 보유세 상한선을 적용해 재산세·종부세·건보료 부담을 일시적으로 덜어주는 완충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이 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를 주장한 지 이틀 만에 구체화한 움직임이다.

보유세 동결은 현 정부 내내 주택 가격과 전·월세 폭등을 불러왔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손질한다는 점에선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왜곡과 국민의 불안감이 사라질 거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민주당은 시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을 2025년 90%까지 끌어올리는 현 정부의 정책 로드맵은 손대지 않기로 했다.

결국 집값 폭등의 근원인 급격한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추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 조정도 땜질에 불과하다. 국민은 규제 일변도의 주택 정책이 기름을 부은 주택 보유세 폭등을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4년 내내 치솟은 공시가격 상승률은 올해 서울에서 20%에 달했다. 종부세 납부액이 2~3년 만에 수십 배 오르고,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됐다가 연금 7~8개월치를 종부세로 냈다는 은퇴자도 줄을 이었다. 현 정부는 종부세 대상자가 주택 보유자의 2%라고 얘기했지만 가구 개념으로는 6%에 달한다. 국민 상당수가 사는 서울로 좁히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이 와중에 보유세의 한시적 동결은 결국 대선이 임박하자 성난 민심을 어르고 달래려는 득표 전략으로, 아픈 상처에 빨간약을 발라주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불과 며칠 전까지 1주택자 13만 명을 포함한 국민이 종부세 5조7000억원을 납부했다. 마치 국민을 우롱하듯 병 주고 약 주는 격이다. 지난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후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민주당은 당시 참패하자 이번처럼 보유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꺼냈지만, 그 이후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국민은 실패한 정책에 대한 사과와 함께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한다. 언제 다시 공시가격대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금이란 조세법정주의에 따라 예측 가능해야 할 텐데 언제 바뀔지 몰라서는 정책이 아니다.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드라이브를 걸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대선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부동산의 정치화만 커질 뿐이다. 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더는 왜곡하지 말고 문제의 본질인 공시가격의 속도 조절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