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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공장 쟁탈전 승자는, 자동차 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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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공장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독일에서도 반도체 공장 설립을 협의 중이다. 사진은 독일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일본 구마모토에 공장 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독일에서도 반도체 공장 설립을 협의 중이다. 사진은 독일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 10월 일본 소니와 손잡고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이 공장에선 22~28㎚(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급 반도체를 생산한다. 최첨단 미세 공정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공장에선 차량용 반도체나 스마트폰 이미지 센서를 공급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TSMC가 구마모토를 선택한 것은 구마모토가 속한 규슈 지역에 도요타·닛산 등의 생산공장이 밀집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구마모토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에 좋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중국의 배터리 업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조달하는 데 유리한 위치라는 얘기다. 일본의 시스템 반도체 회사인 르네사스 등도 규슈에 생산기반을 두고 있다. 종합무역상사인 이토추상사의 후카오 산시로(深尾三四郞)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융합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TSMC와 소니의 구마모토 공장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업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TSM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은 TSM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자동차 산업 기반이 강한 독일도 반도체 생산기지로 떠오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로라 호 TSMC 유럽·아시아 수석부사장은 지난 11일 “독일 정부와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보조금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TSMC는 이전부터 독일을 유럽 내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은 지난 7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일에는 폴크스바겐과 다임러 같은 주요 고객사가 있다. 그런 만큼 독일에 반도체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는 독일 남동부 드레스덴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인 보쉬는 지난 6월 드레스덴에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열었다. 미국 인텔은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에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에른주에는 독일 BMW의 생산설비가 있다.

자동차 강국에 공장 짓는 반도체 회사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동차 강국에 공장 짓는 반도체 회사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탈리아도 반도체 공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인텔에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북부 토리노와 남서부 시칠리아를 제안했다. 토리노에는 다국적 자동차 회사 스텔란티스(피아트크라이슬러+푸조)의 거점이 있다. 시칠리아에는 스위스의 차량용 반도체 제조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공장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2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공장을 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 오스틴공장과 삼성전자 테일러공장은 자동차로 30분 거리”라며 “테슬라로선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자율주행 등으로 차량이 똑똑해지면서 자동차에도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갖춘 자동차 업체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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