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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의혹 ‘유투’ 유한기 극단선택…성남시 '윗선' 수사 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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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업자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66)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자들이 받는 배임 혐의 등의 ‘윗선’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인물로 꼽혔다. 그런 만큼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유한기 전 본부장. 중앙포토

유한기 전 본부장. 중앙포토

대장동 수사팀 “불행한 일, 매우 안타깝다”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이 추락해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유서를 남긴 점 등으로 미뤄 스스로 뛰어내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지난 9일 유한기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힌 다음 날이다. 수사팀은 이날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지난 2014년 8월 천화동인 4, 5호를 각각 소유한 남욱(48·구속) 변호사, 정영학(53·불구속)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이 관련 현장을 통제하는 모습. 뉴스1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이 관련 현장을 통제하는 모습. 뉴스1

배임·직권남용 ‘윗선’ 길목 유한기, 檢 수사 어디로  

유한기 전 본부장은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윗선’ 수사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황무성(71) 초대 성남도시공사 사장에게 지난 2015년 2월 ‘정 실장’(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두 사람 간의 녹취록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은 ‘정 실장(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며 사퇴를 독촉했다. 황 전 사장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시장님(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그 사람은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 없다”며 ‘윗선’의 존재를 시사했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공사 내에서 ‘유투(2)’라고 불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동규(52·구속기소)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유원(1)’으로 통했다고 한다. 대형 건설사 출신인 그는 2011년 성남시설관리공단에 채용된 뒤 유동규 전 본부장이 꾸린 기술지원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공사 설립과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의 사전 정지 작업을 주도해 왔다. 그래서 ‘651억원+α 배임’ 혐의와 사직 강요(직권남용)의 ‘윗선’을 규명할 길목에 있는 인물로 꼽혔다.

유한기 전 본부장이 갑작스레 사망하자 검찰의 처지가 난감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사건 수사 때도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 인사가 숨진 뒤 여권의 ‘과잉 수사’ 비판이 쏟아졌고, 핵심 브로커들의 신병을 확보해 속도를 내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끝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김관영 전 의원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출신 김관영, 채이배 전 의원의 입당식에서 김관영 전 의원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장 야권에서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설계자 1번 플레이어를 두고 주변만 탈탈 터니 이런 것”이라고 저격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유한기 전 본부장의 명복을 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참으로 안타깝다. 대선 후보들이 진작 특검을 수용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특검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도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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