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2022년, 꼭 주목해야 할 라이프 트렌드 3가지는?

중앙일보

입력 2021.1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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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2022년을 앞두고, 서점가에 각종 트렌드 예측 도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트렌드 도서를 왜 보시나요? 트렌드 도서에서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라이프 트렌드 2022』의 저자인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작가는 트렌드를 바라보는 ‘관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관점이 ‘소비’가 아니라 ‘라이프’에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비자로서의 나, 그리고 기업의 전략을 준비하는 나는 어떤 관점에서 2022년 트렌드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지, 10년째 『라이프 트렌드』시리즈를 펴내고 있는 김 작가의 인사이트를 공개합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월간서른의 대책토크”의 6화 중 일부입니다. 이 콘텐트는 30대를 위한 콘텐트 플랫폼  ‘월간서른’에서 진행한 ‘대책토크(대놓고 책을 이야기하는 토크)’ 인터뷰를 폴인이 강연록 형태로 각색한 것입니다.

트렌드는 '답을 찾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트렌드는 살아있는 것이죠.

트렌드1. 가드닝 : '불멍' 이어 '풀멍' 뜬 이유

LG전자가 2021년 10월 14일 '틔운'이라는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출시했습니다. 가로와 세로 길이가 1m가 안 되는 사이즈로, 가격은 160만원 정도입니다. 이 기계는 식물 키트와 씨앗 키트를 넣고 전원을 꽂아 버튼만 누르면 식물이 알아서 잘 자라도록 돕습니다. 허브·꽃·상추 등의 식물을 키울 수 있죠. LG전자는 이 제품을 왜 만들었을까요?

(사진 출처 : LG '틔운' 소개 홈페이지)

(사진 출처 : LG '틔운' 소개 홈페이지)

팬데믹 동안 사람들에겐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격리와 단절을 경험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콘크리트 속에서 보내는 일이 많아졌죠. 그러다 보니 인간에게 숲과 자연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의 공동주거시설에 살죠. 자연스레 '베란다에 뭔가 만들어 볼까, 화분을 둬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에만 살아서 흙을 만져보거나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욕망이 생겨도 갑자기 식물을 키우기 쉽지 않습니다. 식물을 사기만 하면 오래 키우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으며 포기한 사람도 꽤 있었죠. 그래서 버튼만 누르면 식물이 알아서 잘 자라는 기계가 나왔습니다.

가격대는 있는 편이지만, 한 번 구매하면 샐러드를 먹을 때마다 SNS에 올릴 콘텐츠가 생긴다는 것도 매력이에요. 삶의 방식이 '야채를 사 먹는 것'에서 '키워 먹는 것'으로 전환하게 한 거죠. 또 유기농 야채를 사더라도 위생·안전상 느낄 수 있는 불안을 직접 식물을 키우면서 해결하게 했습니다.

물론 식물을 키우는 전자기기가 나온 건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면 앞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로 퍼질 것으로 보여요. 또 다른 예로 2021년 상반기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이 있습니다. 백화점 안 실내정원의 규모가 3305㎡(약 1000평) 정도죠. 사실 백화점은 임대업의 일종인데, 상점을 입점해 받을 수 있는 임대료를 포기하고 정원을 만든 겁니다.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 (사진 출처 :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캡처)

더현대 서울 내부 모습. (사진 출처 :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캡처)

더현대 서울은 왜 그렇게 많은 공간을 '정원'에 할애했을까요?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고객에게 살아있는 걸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살아있는 식물을 경험하게 하는 건, 오프라인 매장만이 가진 특권이죠. 백화점이 좋은 물건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경험과 취향을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드닝, 식물에 대한 경험이 지금의 트렌드이기에 새로 오픈하거나 리뉴얼하는 백화점들이 공통으로 공을 들이고 있어요. 2022년에는 이런 현상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식물과 관련해 재밌는 현상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미 20~30대 사이에선 '불멍'에 이어 '풀멍', '식멍'이라는 단어가 생겼어요. 팬데믹 이전까지 네이버의 검색어 트래픽을 보면, '반려동물'이라는 트래픽이 항상 '반려식물'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두 그래프가 겹치거나 심지어 반려식물의 트래픽이 더 높았던 시기도 생겼죠.

반려식물(초록색)과 반려동물(붉은색) 검색어 트렌드 변화 모습. (사진 출처 :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홈페이지 캡처)

반려식물(초록색)과 반려동물(붉은색) 검색어 트렌드 변화 모습. (사진 출처 :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홈페이지 캡처)

격리와 단절이 외로운 사람을 늘어나게 한 게 원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반려식물이 더 드러난 건, 반려동물을 키우면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가 있는 반면에 식물은 좀 덜한 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사회적으로 반려식물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결국 '가드닝'이라는 키워드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닌, 우리의 욕망이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증폭된 현상이 됐습니다.

나아가 앞으로 원격근무 형태가 안정된다면, 전원주택이나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도 올라갈 거예요. 그러면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지자체에서 해야 할 숙제가 생깁니다. 네트워크 센터를 잘 만들어 '원격근무하는 분들 우리 동네로 오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거겠죠.

공기 좋고 땅값이 싼 곳에 멋진 집을 지었는데, 서울 전세 비용의 반도 안 들고 일도 수월히 할 수 있으면 갈 마음이 생기겠죠? 그럼 지자체도 '우리 동네에 와서 애 낳으면 돈 줄게' '우리 동네 와서 농사지으면 돈 줄게'라고 홍보하는 게 아니라, 시골에서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려 할 겁니다.

트렌드2. 리페어 : 에르메스와 셀프리지가 주목했다

소개할 두 번째 트렌드는 럭셔리 리페어입니다. 20세기까지는 비싸고 희소한 게 명품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명품조차 사회적인 역할, 환경과 윤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왔습니다. 보통 '럭셔리'와 '리페어(repair)'가 어울리지 않는다고들 하세요. 그런데 요새는 럭셔리 브랜드가 앞장서서 리페어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에르메스는 립스틱을 비롯한 화장품 라인은 전부 리필용을 따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가방도 한 번 구매한 고객이 영원한 고객이 되는 방법으로 "가방을 계속 사세요"라고 하지 않고 "계속 수선하세요"라고 합니다. 에르메스뿐 아닌 다른 브랜드도 같은 메시지를 내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제는 명품을 집에 모셔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수선하면서 나타나는 변화입니다.

또 주목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백화점의 변화예요. 영국의 셀프리지(Selfridges&Co)라는 고급 백화점이 있습니다. 셀프리지에는 리페어 컨시어지 부스(repairs concierge booth), 우리 말로 번역하면 '수선 접수대'라는 곳이 있어요.

과거의 백화점은 사람들이 소비하게 하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수선을 접수해도 억지로 해주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우리나라 백화점의 수선실도 보통 화장실 옆, 귀퉁이에 있죠. 하지만 셀프리지 백화점의 수선대는 눈에 띄는 곳에 파란색으로 메인 인포메이션 센터처럼 만들어 놨어요. 리페어를 바라보는 태도가 변한 거죠.

셀프리지의 리페어 컨시어지 부스 모습. (사진 출처 : 셀프리지 홈페이지 캡처)

셀프리지의 리페어 컨시어지 부스 모습. (사진 출처 : 셀프리지 홈페이지 캡처)

게다가 셀프리지는 2020년부터 지구를 살리는 'AS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리페어(repair)뿐 아니라 리유즈(re-use), 리셀(re-sell)까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2025년부터는 제조 과정에서 환경과 윤리에 어긋나는 이슈가 있는 물건은 절대 팔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어요. 이제 물건을 팔기만 하는 시대는 갔어요. 유통업의 맥락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 기업이 환경을 위한 선택을 하는 건 그들이 선해서가 아닙니다. 세상의 기준과 소비자의 방향이 바뀌어서 나타나는 변화예요.
기업은 시장 및 사회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에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한다면, 기업이 변할 배경을 제공하는 게 됩니다.

트렌드3. 스몰 액션 : '비누 머리 감기'가 유행인 이유

이어서 라이프스타일 관점에서 요즘 세대의 '스몰 액션'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거창한 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말은 세상을 바꿀 듯이 하면서도, 행동은 거기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죠. 젊은 세대는 속으로 이런 기성세대의 모습이 '웃기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MZ세대들은 어떨까요. 변화에 거창한 게 필요한 게 아니고, 일상에서의 작은 선택을 스스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명이 바꾸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겠지만, 1명이 모여서 100명, 1만명, 10만명이 되면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요즘 2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보이는 게 '비누 머리 감기' 입니다. (후략)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월간서른의 대책토크”의 6화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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