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농민의 네이버' 그린랩스, 어디까지 성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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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애그테크(Agriculture technology)를 아시나요? 농업+기술의 합성어로, 농업에 첨단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가리킵니다.

최근 농식품의 생산·가공·유통·소비에 AI 등의 기술을 접목한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회원수 40만 명을 돌파하며 ‘농업계의 네이버’로 불리는 농업 플랫폼 ‘팜모닝’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그린랩스는 이제 창업 5년차지만, 올해 예상 매출 1,000억원에 직원수가 300명이나 됩니다. 지난 달 인수합병을 통해 축산업에 진출하며 "축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네이버·카카오도 관심두지 않는 사이 급성장 중인 시장, 애그테크.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이 그린랩스의 공동창업자 신상훈 대표를 만나, 그 현재와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폴인이 만난 사람”의 23화 중 일부입니다.

서울 문정동 그린랩스 본사에서 만난 신상훈 대표 ⓒ송승훈

서울 문정동 그린랩스 본사에서 만난 신상훈 대표 ⓒ송승훈

결국 먹는 것에 대한 해결책은 농업에 대한 혁신에서 옵니다. 농업에 대한 혁신을 일으키려면 데이터화를 통한 디지털 전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하는 거고, 자신 있는 분야죠.

국내만 150조 시장, 농업의 데이터를 모으면

Q. 커리어가 인상적입니다. 펀드 매니저에서 전자책 플랫폼(리디북스)와 데이팅앱(아만다)를 창업한 후 애그테크 분야까지 전환의 폭이 큰데요.

저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본질적으로 '유저를 많이 모으기 위해서 뭘 해야할까'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하거든요. 유저가 모이면 데이터를 쌓아서 유저들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게 기본 구조고요. 어떤 제품을 제공하느냐는 비즈니스 모델일 뿐, 본질은 데이터예요.

지금은 분야가 농업이라 농민들에게 필요한 의사결정도구를 데이터 기반의 앱 서비스로 제공하는 거죠. 일반적인 IT 서비스와 성격은 동일해요. 단지 "사장님 지금은 농산물 이렇게 파셔야 해요", "지금 팔지 말고 일주일 뒤에 파세요", "농약은 이게 좋아요"라고 데이터와 그에 따른 조언의 내용이 다른 거죠.

Q. 왜 농업은 그동안 이렇다 할 디지털 혁신이 없었을까요?

개념도 있었고, 시도했던 분은 많아요. 그런데 농산물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생애 전주기에 걸쳐 모든 과정이 온라인에 데이터화된 적이 없었죠. 부분적으로, 파편화돼 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종합적으로 디지털화하겠다는 기업이 없었던 것 같아요.

Q. 대표님은 어떻게 전체 시스템을 디지털화할 생각을 했나요?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먹는 것', 식량 문제가 조만간 우리에게 큰 이슈가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식품이란 산업이 어디서 출발할까?' 고민해보면 결국 농업부터 시작해요. 먹는 것에 대한 해결책은 농업에 대한 혁신에서 온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데 국내 농산물 생산, 유통을 들여다보니 너무나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더라고요. 전통적인 농업 오프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 없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거죠. 다른 산업은 이미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데도요.

아직 낙후된 영역으로 남아 있는 농업의 데이터를 모아서 디지털 혁신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데이터를 모아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 제가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분야니까요.

Q. 국내 농업 시장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국내만 150조 정도예요. 식품까지 하면 시장 사이즈는 더 커지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을 보면 조 단위를 넘어서 경 단위인데요. 이 시장의 크기를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봐요. 중요성에 비해 그동안 진입장벽이 높았어요.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아요. 도전하는 기업들이 전무했죠.

Q. 대기업도 본격적으로 진출한 적이 없었네요.

지금까지는 대기업이나 다른 산업을 하고 있던 분들이 농업 시장에 들어올 때, 산업 전체의 밸류체인에 대한 온라인화보다, 각각의 기능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기존 플레이어들과 충돌이 일어나거나 생태계를 파괴해서 저항이 있었던 거죠.

그린랩스 본사 내 위치한 애그테크 연구소 ⓒ송승훈

그린랩스 본사 내 위치한 애그테크 연구소 ⓒ송승훈

Q. 그린랩스는 기존 농산물 유통업체나 농민들과 충돌이 없었나요?

저희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체, 농장의 사장님들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의사결정도구를 제공하는 회사예요. 농산물을 생산하는 분에게 무기를 드리는 거죠. 이 분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전문가 못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디지털 처방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요. 이 분들과 같이 가는 구조다보니 충돌이 생기지 않아요.

40만 농민이 쓰는 앱 '팜모닝'

Q. 그래도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초반에 스마트팜 OS를 만들어서 농민들에게 공급했는데, 이 OS란 개념을 농민들이랑 관계자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안드로이드'라는 OS는 구글만이 만들 수 있고 기기 하드웨어는 여러 업체가 만들잖아요. OS가 좋아야 스마트폰의 사용성이 향상되죠. 저희는 구글처럼 이런 OS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고 있거든요.

그런데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는 OS를 만들어서 농장의 환경이 식물이 살기 좋게 맞춰주는 걸 제공했는데 농민들이 어려워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하드웨어, 기기까지 다 만들었어요. 지금은 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하드웨어 만드는 업체가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창업하고 2년 정도를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농민들 사이에 입소문도 퍼지고 신뢰감도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저희 팀이 농업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됐어요. 이걸 바탕으로 해서 생산시설의 데이터화 뿐만 아니라 농산물 생애 전주기에 걸쳐서 모든 것을 온라인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팜모닝이란 앱서비스의 탄생인가요?

네, 농산물 재배과정부터 유통과정까지 농장을 운영할 때 일반적으로 필요한 모든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앱이예요. 날씨는 기본이고요, 보조금과 금융 정보까지 서비스해요.

팜모닝 앱서비스 ⓒ그린랩스

팜모닝 앱서비스 ⓒ그린랩스

Q. 농민들이 얼마나 많이 쓰나요?

팜모닝은 지금 사용하는 분들이 40만명 정도 돼요. 국내에 농가로는 약 100만 농가, 농민수는 200만명이 조금 넘어요. 확장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죠.

Q. 해외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나요?

이렇게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어요. 미국이나 유럽은 초대형 농가들, 기업형 농가에 대한 솔루션이 많은데요. 이것 역시 파편화되어 있어요. 생산 쪽 따로, 유통 쪽 따로인거죠.

한국은 평균 경작지가 1헥타르 정도로 굉장히 규모가 작고, 농지 면적에 비해 농민들의 숫자가 많은 편이에요. 아시아 지역은 한국과 농업환경이 유사해서 팜모닝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있어요. 한국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처방들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매우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거든요. 인풋에 따른 아웃풋의 흐름 구조를 잘 구성해놨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Q. 매출은 주로 팜모닝에서 발생하나요?

네, 팜모닝은 몇가지 큰 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스마트팜 OS로 농사를 짓는 첨단 농장 시스템을 제공하는 거에요. 또, 농산물 B2B 거래도 대규모로 하고 있고요. 농민들이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판매처와 농산물 구매자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구매처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Q. 비즈니스 모델 확장 계획이 있나요?

2020년 말부터 탄소사업을 시도하고 있어요. 먹는 행위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전 지구의 25~30% 정도 된다고 해요. 농산물,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에서 탄소가 이미 많이 발생한다는 걸 의미해요. 앞으로는 탄소를 절감하는 비용보다 절감하는 양에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큰 솔루션이 각광받을 거예요.

2030년부터 한국이 줄여야 할 탄소배출양 목표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겁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실제로 탄소배출권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요. 이 시장에 자본이 몰리겠죠.

그린랩스의 목표는 '식품 영역의 탄소발생량을 절감하는 행동을 한국에서부터 촉발시키자'예요. 농축산업의 경우 탄소저감농법 등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요. 저희가 유통하는 농산물에 탄소량을 표기해서 탄소발생량이 적은 농산물 소비를 유도한다면, 농민들의 수익이 향상될 수 있죠. 이렇게 판을 설계해보고 싶어요.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 아무도 안하고 있는 사업이죠.

Q.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린랩스 이후에 또 어떤 분야에서 판을 설계할지 궁금해집니다.

이게 마지막 창업이고 싶습니다. (웃음) 창업하고 엑싯하고 다시 창업하는 건 굉장히 힘든 과정이예요. 먹거리, 먹는 행위를 혁신한다는 이슈는 할 일이 많아서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 기사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의 “폴인이 만난 사람”의 23화 중 일부입니다. 그린랩스가 일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는 폴인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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