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 4잔이상 술 마시지 않는다/김일성이 털어놓은 “건강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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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0살에 시작한 담배 75회 생일에 끊어버려
북한의 김일성은 10일 평양의 노동당 창당 45주년 기념리셉션에서 일본 자민당대표단을 맞아 『지난번 가네마루선생은 바람구멍을 뚫었다는 표현을 썼으나 나는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오자와 간사장이 이 문을 더욱 크게 열어주었다』고 치하했다.
이날 6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시내 금수산의사당에서 열린 축하리셉션에서 김일성은 소련과 동유럽에서 공산당이 지도적 역할을 포기한데 대해 『당을 약화시켜 그 지도적 역할을 배제함으로써 혼란상태에 빠지고 드디어 혁명과 건설을 허사로 만든 역사가 보여주는 심각한 교훈』이라고 비판하고 한반도문제에 언급,『민족분단을 끝장내고 국토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고려연방제에 의한 통일을 강조하는 약 20분간의 연설을 했다.
한편 김일성은 이날 오자와 간사장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술은 포도주 넉잔이상은 마시지 않으며 60세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3년전인 75회 생일에 끊었다고 밝혀 자신의 건강에 매우 세심한 일면을 보였다.
김일성은 지난 75년 4월 자신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고 저우언라이(주은래) 총리가 『마오타이주를 너무 마시지 말라』고 충고했음에 비해 덩샤오핑(등소평)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9일 도이 일 사회당 위원장과의 오찬석상에서 김일성은 『건강의 첫째 비결은 낙관주의』라고 정신면의 건강을 강조하면서 『하늘이 무너져도 소가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동경과의 조기수교의사를 강력히 표시하고 있는 북한당국은 이번 기념행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도이(토정다하자) 사회당위원장과 오자와(소택일랑) 자민당간사장이 이끄는 일본의원 대표단을 맞아 이들의 접대에 매우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고 일본 교도(공동)통신이 10일 평양발 기사로 보도했다.
가네마루의 직계로 자민당실력자이자 차기총리로 지목되고 있는 오자와간사장 일행이 10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전세기편으로 도착하자 브라스밴드의 연주가 울리고 한복차림에 꽃을 든 약 1천명의 환영군중이 이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같은 환영은 지난번 가네마루 방문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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