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불펜 야구, 미란다가 미쳐야 산다

중앙일보

입력

두산 베어스의 불펜 야구가 한계를 드러냈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2)가 미쳐야 반격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두산 미란다가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두산 미란다가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두산은 KT 위즈에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 2차전을 모두 내줘 2패로 몰렸다. 선발 투수 싸움에서 졌다. 1차전에서 곽빈(22)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KT는 윌리엄 쿠에바스(31)가 7과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더 잘 던졌다. 2차전에선 최원준이 4와 3분의 1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KT 소형준도 볼넷을 5개나 주며 불안했지만 6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두산은 힘이 달리는 선발을 대신해 강력한 불펜 원투펀치 이영하(24)와 홍건희(29)를 투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했다. 1차전에선 이영하가 1-1로 팽팽한 7회에 3실점했다. 유격수 김재호의 포구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1자책점으로 기록됐지만, 이영하를 내고도 지면서 타격이 컸다. 2차전에선 0-4로 뒤진 5회 초 1사 만루에 홍건희가 올라왔는데 장성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내려갔다.

두산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9경기를 치르면서 5승 4패를 기록했는데, 선발승은 지난 4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최원준이 챙긴 1승뿐이었다. 이영하가 3승, 홍건희가 1승을 가져갔다. 그만큼 불펜 의존도가 높았고, 긴장감 높은 단기전을 계속 치르면서 결국 힘이 떨어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모두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도 3차전에는 미란다가 출격한다. 올해 두산에서 가장 많은 승수(14승)을 올린 미란다는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였다. 평균자책점(2.33)과 삼진(225개)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규시즌 막판 어깨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달 24일 LG전 이후 24일 만에 마운드에 선다. 너무 긴 시간 쉬었기 때문에 실전 투구 감각에 물음표가 달린다. 스스로도 "정규시즌처럼 100구 이상은 못 던진다"고 했다. 힘든 불펜을 위해서는 투구 수를 조절해 되도록이면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미란다는 KT를 상대로 압도하진 못했다. 올해 KT전 5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KT는 3차전 선발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를 예고했다. 올해 KBO리그 2년 차인 데스파이네는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9로 활약했다. 공교롭게도 데스파이네와 미란다는 같은 쿠바 출신으로 친하다. 데스파이네는 올해 한국에 온 미란다에게 밥을 사주며 적응을 도왔다. 데스파이네도 두산을 상대로 위력적이진 않았다. 두산과 3경기에 나와 1승 1패 평균자책점 5.4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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