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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뛰는데 전기료 제자리…한전 역사 첫 3분기 적자 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전력이 2분기에 이어 지난 3분기에도 큰 폭의 영업손실을 봤다.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연료비가 많이 증가해서다. 여기에 물가 인상을 우려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제한하면서 적자 폭은 더 커졌다.

한전 역사상 3분기 적자는 처음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12일 한전은 3분기(연결기준) 9366억원 영업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2조3322억원)와 비교하면 1년 새 영업이익 3조2688억원이 감소했다. 한전이 3분기에 적자를 낸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철 실적이 3분기에 잡힌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한전은 아무리 좋지 않은 경영 환경에서도 3분기에는 좋은 실적을 냈다. 한전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한전 경영 실적을 속칭 아이스크림 장사라고 할 정도로 여름 실적이 잡히는 3분기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3분기에 적자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 분기 한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최근 국제유가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공기업의 지난 3분기 연료비는 5조6188억원으로 1년 새 1조6240억원이 급증했다. 지난 2분기(3조8823억원)와 비교해도 1조원 넘게 증가했다. 경제재개 효과로 에너지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앞두고 화석 에너지 공급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민간 발전사에서 사오는 전력구입비도 5조694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3조8785억원)보다 1조8158억원 증가했다. 역시 국제에너지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특히 최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 발전 운행을 제한하면서 비싼 LNG(천연액화가스) 발전 비중이 늘어난 것도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한전의 신재생의무공급비율(RPS)이 7→9%로 늘어나며 전체 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상승을 이끌었다. 또 신규 신재생에너지 증가로 발전설비 및 송배전설비도 함께 늘면서 감가상각비 등 기타 영업비용도 증가했다.

제자리 전기요금 적자 폭 키워

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전 수익을 악화시킨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전기요금이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연료비에 따라 요금을 달리 받는 원가연계형 전기요금제를 처음 시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에는 떨어진 국제에너지가격을 반영해 킬로와트시(kWh) 당 3원의 전기요금을 할인했다. 2분기부터는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전기요금도 따라서 올려야 했지만, 물가 상승 등을 우려한 정부에 의해서 3분기까지 기존 할인된 요금 체제를 유지했다. 비용은 크게 올랐는데 요금은 오히려 내려간 가격을 계속 받았다.

3분기(누계) 기준 한국전력 발전량 및 구입량 증감. 한국전력

3분기(누계) 기준 한국전력 발전량 및 구입량 증감. 한국전력

실제 3분기 한전 실적을 보면 연료비 등 비용 상승으로 적자 폭은 커졌지만, 전기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한전의 지난 3분기 전력판매량은 140TWh로 지난해 판매량(132TWh)보다 6.0% 증가했다. 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3분기 제조업 평균가동률(73.9%)이 지난해(71.5%)보다 2.4%포인트 늘어난 효과다. 하지만 3분기 전기판매수익은 15조551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5조194억원)보다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값을 다 받지 못하고 전기를 팔았기 때문이다.

“하반기 요금 인상 압박 더 커져”

연료 가격 상승 압박은 하반기 더 커질 전망이다. 북반구 동절기가 오면 난방 수요가 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어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감축 정책으로 비교적 값싼 석탄 화력 발전 이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점도 부담이다.

대선을 앞두고 전기요금 추가 인상도 사실상 어려워 한전의 경영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획재정부 등은 당분간 추가 공공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한전은 일단 자구 노력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연료 가격 상승영향이 지속해서 반영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단위당 전력공급비용을 3% 이내로 억제하는 등 고강도 경영 효율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하면 결국 전기요금도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승일 한전 사장도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면 정부와 협의하겠다”면서 “원가와 적정 보수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게 당연하다. 거기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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