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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女 잡아도 업주가 없다? '피싱 모방' 출장 성매매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기간에 수익이 늘었어요. 시국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수도권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출장 성매매를 알선해 온 A씨(40대) 일당을 적발한 한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2015년부터 수도권에서 출장 성매매 영업을 해온 A씨는 지난해 초 사업을 확장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며 성매매 업소 방문을 꺼리게 되는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경찰은 A씨 등이 출장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체계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가 운영한 출장 성매매사이트.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B씨가 운영한 출장 성매매사이트.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보이스피싱 따라한 ‘비대면’ 성매매 영업

11일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먼저 출장 성매매 사이트 제작자, 업주, 실장, 운전기사, 성매매 여성, 인출책으로 연결되는 조직을 만들었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해 자신의 정체는 철저히 숨겼다고 한다. 현장 수거책이 잡히더라도 총책은 빠져나가는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을 모방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의 범행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운전기사, 성매매 여성을 고용한 뒤 운전기사에게 대포 통장 계좌로 성매매 알선 대금을 입금하도록 했다. 이어 인출책을 투입해 수도권 일대 현금인출기를 돌아다니며 알선 대금을 수거한 뒤 업소 실장을 거쳐 업주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기사나 성매매 여성이 적발되더라도 곧바로 업주까지 추적하기 어렵게 한 것이다.

단골 상대 영업, 위장한 경찰 정보도 파악

A씨 등은 앱에서 휴대전화번호로 예약자의 신분을 확인했다. 경찰관 번호의 경우 짭새조란 알림이 뜬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A씨 등은 앱에서 휴대전화번호로 예약자의 신분을 확인했다. 경찰관 번호의 경우 짭새조란 알림이 뜬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은 A씨 등이 신분확인 애플리케이션(앱)을 동원하는 등 치밀하게 영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수집한 성 매수자의 개인정보와 신분위장 경찰의 정보까지 데이터화 한 앱이었다. 예약을 접수한 휴대전화 번호를 이 앱에 입력한 뒤 기존 이용 내역이 확인될 경우에만 성매매 여성을 예약장소로 보냈다. 예약자의 신분증 사진과 명함을 요구하는 일명 ‘인증절차’까지 도입해 경찰 단속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콜거래’를 하면서 신뢰를 쌓은 다른 업주들과 연합 체계까지 구성했다고 한다. 콜거래는 성매매 여성이 부족해 출장안마를 가지 못하는 경우 다른 출장 성매매 업체에 예약을 넘기고 수수료를 받는 거래를 뜻하는 업계 은어다. 이들은 연합한 업소끼리 타 업소 단속 상황까지 공유하며 공생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감시단 활동하며 경쟁업체 제보하기도 

출장 성매매 업주들은 서로 콜거래를 하며 연합체를 갖췄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출장 성매매 업주들은 서로 콜거래를 하며 연합체를 갖췄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찰조사 중 A씨가 수도권의 한 지자체에서 인터넷 시민감시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방송 통신위원회에 경쟁 출장 성매매 사이트를 제보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쟁 업체를 처벌받게 해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A씨 등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 제작자 B씨에게 사이트 1곳당 월 최대 500만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사이트에 광고 등을 올리며 이용객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치밀했던 이들의 범행은 경찰이 서서히 수사망을 좁혀오면서 결국 덜미를 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출장 성매매 업주 A씨등 7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이들과 함께 출장 성매매 알선용 홈페이지를 제작한 B씨(40대)와 성매매 종사 여성 등 3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수천명 성매수남도 수사 대상될 듯 

경찰은 국세청에 A씨 등의 범죄 수익금 27억원을 과세 자료로 통보한 데 이어 A씨 등의 소유 재산 12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이들이 보관하던 현금 7500만원, 영업에 사용한 대포폰 102대, 통장과 범죄 수익 인출용 체크카드 등 79매를 압수했다.

성매수 남성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이 보관한 성매수 남성들의 개인정보 데이터 1만여 건을 살펴보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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