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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독성 거품 뒤덮인 강…알고도 인도인들이 몸 담그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현지시간) 유독성 거품이 가득 떠있는 인도 북부 야무나강에서 힌두교도들이 11월 초마다 열리는 차트 푸자 축제에 참석해 강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리는 의식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유독성 거품이 가득 떠있는 인도 북부 야무나강에서 힌두교도들이 11월 초마다 열리는 차트 푸자 축제에 참석해 강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리는 의식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히말라야 산맥 남쪽으로 흐르는 갠지스강 지류 야무나(Yamuna)강. 길이 1376㎞에 달하는 인도 북부의 젖줄이자, 힌두교도에게 가장 신성한 강이다. 그런 야무나강이 지난주 독성 거품으로 뒤덮였다. 산업 폐수와 하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암모니아와 인산염 수치가 상승하면서다. 현지 매체 인디안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이 때문에 수도 뉴델리를 비롯해 여러 도시의 물 공급이 지난주말 중단됐다.

그런데 이런 야무나 강의 거품 속에 몸을 담그는 인도인들이 포착됐다. 힌두교 태양신 수리야를 기리는 축제인 '차트 푸자'에 참석한 힌두교도들이다. 힌두교도들은 매년 11월 초 강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하는 의식을 치른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힌두교도들은 전날 유독성 거품이 가득한 야무나 강에서도 이런 의식을 치렀다. 힌두교인 군잔 데비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물은 극단적으로 더럽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며 "강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고, 의식을 치르기 위해 몸을 씻으러 왔다"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유독성 거품이 가득 떠있는 인도 북부 야무나강에서 힌두교도들이 11월 초마다 열리는 차트 푸자 축제에 참석해 강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리는 의식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유독성 거품이 가득 떠있는 인도 북부 야무나강에서 힌두교도들이 11월 초마다 열리는 차트 푸자 축제에 참석해 강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리는 의식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독성 흰색 거품이 마치 구름처럼 야무나 강을 뒤덮었지만 힌두교도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강에 몸을 담그고 기도를 올린다. 거품 속에서 해맑게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도 있다. 현지 매체 트러스트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배 15척을 강에 배치해 거품을 제거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강의 오염이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자극적인 거품에는 높은 수준의 암모니아와 인산염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인체의 호흡기와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야무나강에 유독성 거품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년째 생활 하수와 산업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탓이다. 인디안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특히 강의 인산염이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 수슈미타 센규프타 인도 과학 환경 센터(CSE) 물 프로그램 수석 관리자는 "모든 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정용과 산업용 세탁 세제의 계면활성제와 인산염이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연중에서도 이맘때 강에 거품이 발생하는 이유는 물의 흐름이 적기 때문에 오염 물질이 희석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10일(현지시간) 유독성 거품이 가득 낀 인도 북부 야무나강에서 어린 힌두교도들이 물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유독성 거품이 가득 낀 인도 북부 야무나강에서 어린 힌두교도들이 물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AP=연합뉴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지난 10월에 작성된 델리오염통제위원회의 최신 보고서에는 야무나강의 수질은 용존산소(DO)와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에서도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물이 생태학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 뜻이다. 델리 정부는 야무나강에서 유독성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지난 6월 인도표준국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누와 세제의 판매, 보관, 운송과 마케팅을 금지했지만, 현지 환경 활동가들은 그런 금지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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