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상 선수' 박계범의 첫 PS, 친정팀 삼성 울상 짓게 할까

중앙일보

입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박계범(25·두산 베어스)은 지난겨울 '삼성을 떠날 수도 있겠다'라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FA(자유계약선수) 두산에서 내야수 오재일을 4년 총 50억원에 영입함에 따라, 자신이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것으로 여겨서다. 예감은 정확했다. 2020년 12월 22일, 오재일과 최주환 등 내야수를 떠난 보낸 두산은 오재일의 보상 선수로 박계범을 지명했다. 박계범은 "지금부터 준비를 열심히 해서 '두산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각오를 지켰다. 2021년 포스트시즌(PS) 두산의 주전 유격수는 박계범이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데뷔 8년 만에 처음 가을 야구 초대장을 받은 그가 한국시리즈 길목인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에서 '친정팀' 삼성을 상대한다.

삼성 명유격수의 계보를 잇는 류중일 전 삼성 감독은 7년 전 고졸 내야수 박계범(2014년 2차 2라운드 17순위)을 "미래 주전으로 도약할 유망주"라고 소개했다. 박계범은 김하성(샌디에이고·2014년 2차 2라운드 29순위 키움 히어로즈 )과 박찬호(50순위 KIA 타이거즈)보다 높은 순위에 지명됐다.

그러나 박계범은 삼성에서 백업 선수에 머물렀다. 유격수 이학주, 2루수 김상수, 3루수 이원석에 밀려 출장 기회가 적었다. 지난해까지 14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26·7홈런·41타점에 그쳤다.

두산 이적은 그에게 새로운 출발이자 기회였다. 보상 선수 신화를 써온 두산의 안목은 정확했다. 두산에는 현역 최고 유격수 김재호가 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재호는 올 시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21년 1차 지명 신인 안재석은 경험이 부족하다. 내야 포지션 공백이 발생하면, 박계범이 1순위로 메웠다. 박계범은 올 시즌 유격수로 374와 3분의 1이닝, 2루수로 316과 3분의 1이닝, 3루수로 140과 3분의 2이닝을 수비했다. "보호 선수 명단을 검토한 뒤 투수, 야수 모든 선수 중 박계범의 기량이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이라는 두산 구단의 기대를 충족했다.

[뉴스1]

[뉴스1]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계범은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준PO), PO 1차전까지 팀이 치른 6경기 가운데 5경기에 유격수로 선발 출장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안정된 수비력으로 중용되고 있다. 데뷔 8년 만에 처음 PS 무대를 밟는 중이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 가을야구에서 두산에 맞서는 상대 팀은 나란히 유격수 고민이 있다. WC 상대 키움은 주전 유격수 김혜성이 정규시즌 개인 한 시즌 최다 35실책 불명예 기록을 세워 불안감을 안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준PO 상대 LG 트윈스는 시즌 143번째 경기에서 오지환이 쇄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백업 구본혁은 준PO 1차전 1회 초 1사 1루에서 자신에게 향한 첫 타구 처리부터 흔들렸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주전 유격수 이학주는 허삼영 삼성 감독의 구상에서 벗어나 PO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정규시즌에서도 66경기에서 타율 0.206으로 부진, 9월 17일 KIA 타이거즈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키 1m63㎝의 단신 김지찬은 시즌 막판 유격수로 상당히 흔들렸다. 시즌 실책 19개를 범했다. 지난 6월 한화 이글스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오선진은 타격이 약하다.

박계범은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했다. 자난 4일 LG와의 준PO 1차전에서 0-0이던 3회 초 무사 1루에서 LG 앤드류 수아레즈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안타를 뽑았다. 이후 박세혁의 희생 번트로 2루에 진루한 그는 정수빈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을 올렸다. 7일 준PO 3차전에서는 1-1로 맞선 3회 임찬규에게 선두 타자 2루타를 뽑아 출루했다. 이어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2점 홈런으로 홈을 밟았고, 4회에도 2사 1루에서 안타를 쳐 추가점의 발판을 놓았다. 상대 투수는 하위 타순에 포진한 박계범에게 안타를 맞고 흔들렸고, 반대로 두산은 상위 타순으로 연결된 찬스에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박계범은 1년 만에 친정팀 삼성의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허삼염 삼성 감독은 9일 PO 1차전을 앞두고 "두산에서 가장 경계하는 1순위는 박계범이다. 결승타(7개, 팀 내 3위)를 많이 쳤다"고 말했다. 박계범은 올해 9개 상대팀 중 삼성전이 타율 0.385(26타수 10안타)로 가장 높았다. 두산이 올해 삼성을 상대로 거둔 9승(7패) 중 박계범이 결승타 3개를 기록했다.

대구=이형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