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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공원용지 지정된 임야, 장기간 그 시행 미뤄진다면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17)

소중한 내 땅이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 건설을 위해 도시군계획시설로 지정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도시군계획시설이 20년 동안 전혀 설치되지도 않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군계획시설이라 함은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 중 도시군관리계획으로 결정된 시설을 말한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 제2조 제6호, 제7호). 도시군계획시설 부지로 지정이 되면, 그 부지에서는 도시군계획시설의 설치에 지장을 주는 건축물·공작물을 설치하지 못한다(국토계획법 제64조). 도시군계획시설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도시군계획시설 부지 소유자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국토계획법 제46조). 도시군계획시설 부지로 지정되고 관련 법령에 따라 합당한 보상 및 도시군계획시설 설치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덜하겠으나, 실제로는 지자체가 재정 능력이 취약한데도 과다하게 도시군계획시설 계획을 세워놓고 장기간 미집행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 경우 도시군계획시설 부지 소유자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보상 또한 받지 못해 심각한 재산권 침해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행정청이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에 대해 해제 결정을 내리거나 실효되도록 두지 않고 새롭게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행정청이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에 대해 해제 결정을 내리거나 실효되도록 두지 않고 새롭게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계획법은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부지에 대한 매수청구제도(국토계획법 제47조), 도시군계획시설결정 해제 신청제도(국토계획법 제48조의2)와 도시군계획시설 실효 제도(국토계획법 제48조) 등을 마련하고 있다. 매수청구제도와 도시군계획시설결정 해제 신청제도는 10년, 도시군계획시설 실효 제도는 20년 미집행 부지가 대상이다.  특히 도시군계획시설 실효제도(국토계획법 제48조)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이 워낙 많다 보니 이와 관련된 분쟁 역시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장기간 방치된 공원용지 지정 토지의 소유자가 도시군계획시설결정 해제 신청을 해 승소판결까지 받았음에도, 지자체가 해제 결정을 미루다가 하급심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하급심 판결은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관련 행정처분에 대한 이익형량과 관련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부지 소유자의 권리구제에 도움이 되고자 이에 대해 살펴본다.

A는 서울에 임야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건설부 장관은 1977년 위 임야 일대를 도시군계획시설(공원용지)로 결정해 고시했다. 그런데 도시군계획시설 결정 후 2017년에 이르기까지 공원조성사업은 전혀 시행되지 않았다. A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구청장에게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결정 해제 입안을 신청했다. 구청장과의 법정 다툼 끝에 A가 승소하였고, 구청장은 2019년 A 소유 임야에 대한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결정 해제 입안을 했다. 서울시는 관련 용역을 추진 중이라고 하며 도시군관리계획시설 해제 결정을 미루다가, 2020년 6월 이 임야를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는 도시군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했다.

하급심은 상기 사례에서 아래와 같은 논리로 A 소유 임야를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는 서울시의 도시군관리계획 변경 결정이 위법하다고 보았다. “도시군관리계획은 소위 행정계획으로서 행정청은 구체적인 행정계획을 입안 결정할 때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재량을 가진다. 다만 행정청의 이러한 형성의 재량이 무제한적이라고 할 수는 없고, 행정청이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할 때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마땅히 포함해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경우 그 행정계획 결정은 이익형량에 하자가 있어 위법하게 될 수 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두56135 판결 등).”

시도지사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의 지정에 관한 도시군관리계획 결정 권한 및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의 해제 여부 결정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고, 각 결정 시 고려되어야 할 형량 요소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구청장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의 해제입안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새로운 이익형량을 통해 다시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지정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상기 사안에서는 하급심 법원은 ① 국토계획법 제48조의2에 따라 도시군계획시설 결정 해제 입안 신청이 조기에 있었다는 점, ② 구청장이 법원 판결에 따라 도시군계획시설결정 해제 입안을 한 것이라는 점, ③ 임야 소유자 A의 권리구제 절차 지연으로 인한 재산권 제약 및 침해의 정도에 관한 별도의 이익형량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점, ④ 해당 임야 중 일부는 조기에 개발될 수 있어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 결정으로 제한되는 사익이 상당하지만, 위 임야를 제외하고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된 면적이 상당하다는 점 등을 들어 서울시의 도시군관리계획 변경 결정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이익의 형량을 누락한 하자 내지 그 공익과 사익 등의 형량을 그르쳐 정당성 및 객관성이 없는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해제 신청 제도,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 실효 제도 등을 통해, 과도한 재산권 제약으로 고통받던 해당 토지 소유자에게 권리구제의 길이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급심 판결에 따르면 행정청이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에 대해 새롭게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을 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 경우 해당 토지 소유자의 권리 제약은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행정청이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에 대해 해제 결정을 내리거나 실효되도록 두지 않고 새롭게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을 한다면, 해당 토지 소유자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도시군계획시설 결정이 이익의 형량을 누락하였다거나 공익과 사익의 형량을 그르쳐 정당성 및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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