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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비상장주 샀다가 경영권 얹어 되팔았다…증여세 내라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16)  

주식의 시가가 얼마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상장주식의 경우 유가증권시장에서 그 시가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상장주식의 거래에 있어 시가 산정과 관련한 문제는 특별히 발생하지는 않는다. 반면 비상장주식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수의 주주가 회사의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M&A 등을 제외하면 그 거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통상 비상장주식의 시가가 얼마인지는 쉽게 알기 어렵다.

비상장주식의 시가는 거래 당사자, 과세당국에게 항상 쟁점이 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비상장주식이 시가대로 거래되지 않는다면,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시가와 거래 대가의 차액만큼을 증여하거나 수증한 것으로 취급되어 이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비상장주식의 거래 및 비상장주식의 시가 산정과 관련해 거래당사자, 과세당국 사이에 많은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비상장주식이 시가대로 거래되지 않는다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상장주식의 거래 및 비상장주식의 시가 산정과 관련하여 거래당사자, 과세당국 사이에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사진 pxhere]

비상장주식이 시가대로 거래되지 않는다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상장주식의 거래 및 비상장주식의 시가 산정과 관련하여 거래당사자, 과세당국 사이에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사진 pxhere]

최근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주식의 양도 대가를 해당 주식의 시가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건이 발생했다. 아래 사례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주식의 양도대가를 시가로 보아 증여세가 부과되었다면?

A씨는 B사의 발행주식 1만주 중 5500주(5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A씨C씨로부터 B회사 주식 4500주(45%)를 1주당 138만원에 양수해 B회사 주식 100%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후 A씨는 곧바로 D사에게 B회사 주식 중 7000주(70%)를 1주당 180만원에 매도했다.

지방국세청은 A씨C씨로부터 B회사 주식 45%를 1주당 138만원에 매수하여 곧바로 D사에게 매도했고, C씨 명의 주식이 원래 B사 설립자 중 한 명인 E씨가 명의신탁한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지방국세청은 B사 주식의 시가가 1주당 180만원이라는 전제 아래 A씨가 시가보다 낮은 주당 138만원에 C씨로부터 B사 주식 45%를 양수해 차액 상당분을 증여 받았다고 보고, A씨 관할세무서장에게 과세자료를 통보했다.

관할세무서장은 위 과세자료를 근거로 A씨에게 증여세 및 가산세를 부과 고지하였다.

통상적인 비상장주식의 시가 산정 방법

주식양수도 대가가 시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주식양수도 대가가 시가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진 pixabay]

상증세법 제60조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을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증세법상 시가는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다.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증세법 시행령 제54조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주식의 양도 대가는 해당 주식의 시가로 볼 수 없다. 상기 사례는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21. 8. 17. 선고 2020구합70014 판결) 사안인데, ‘D사의 주식 양수 대금(1주당 180만원)을 B사 주식의 시가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관할세무서장은 A씨와 D사의 거래가 이해관계 없는 제3자간 거래이고, D사가 B사 주식의 적정가격을 평가하기 위해 회계법인에 평가를 의뢰해 현금흐름할인법(소위 DCF법)에 따른 평가액으로 주식 양수대금을 결정했으며, 가액에 B사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D사의 주식 양수대금(1주당 180만원)이 B사의 주식의 주당 시가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급심 법원은 “시장성이 적은 비상장주식의 매매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액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고, 구 상증세법이 규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해 평가해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나, 시가라 함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격을 의미하므로 그와 같은 매매사례 가액이 시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해 거래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 증여일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하급심 법원은 “회사의 발행주식을 경영권과 함께 양도하는 경우 그 거래가격은 주식만을 양도하는 경우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하는 일반적인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경영권의 지배를 수반하는 주식의 양도는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 비해 일반적으로 가격형성이 높게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양도대금을 바로 당해 주식의 일반적인 시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급심 법원의 판단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수반된 주식의 양도(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수 지분의 양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소수 지분의 양도)에 비해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어 그 양도대금을 그 주식의 일반적인 시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상기 사례에서는 A씨와 D사의 주식양수도 거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거래였기 때문에, 주식양수대금을 B사 주식의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이를 전제로 한 과세관청의 증여세 부과처분이 부적법하다고 판단되었다.

비상장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제3자에게 비상장주식을 양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주식 양수도 대가가 시가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과세관청으로부터 과세처분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비상장 주식의 양수도 거래를 진행함에 있어서는 시가대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인지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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