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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신규 투자 유치 회사의 수익 보장 약속, 믿지마세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13)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대기업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양과 가치는 다를 것이다. 대기업 그룹 총수는 나보다 훨씬 많은 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주는 회사와의 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게 돼 있는데, 이를 주주평등의 원칙이라 한다.

주주평등의 원칙은 우리 상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이익배당·잔여재산 분배·의결권·신주인수권 관련 상법 조항(상법 제464조, 제538조, 제369조 제1항, 제418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만약 회사가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약정한다면 그 효력은 어떨까. 아래 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게 돼 있다. 이를 주주평등의 원칙이라 한다. [사진 pixabay]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게 돼 있다. 이를 주주평등의 원칙이라 한다. [사진 pixabay]

A회사는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였고, 30여명의 신규 투자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A회사는 유상증자를 위해, 신규 투자자들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투자계약을 체결하였다.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유상증자 청약대금으로 사용한다. 다만, 투자금 원금은 한 달 뒤 반환하고 투자원금에 대해 소정 수익률에 따른 수익금을 지급한다. 그 담보로 공증약속어음, 발행 주식, 투자원금 30%의 현금성 자산을 제공한다. 만약 투자금 상환기한 이전 담보주식을 처분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신규 투자자들과 A회사가 일정 비율로 배분한다.”

이 투자계약에 따라 신규 투자자들은 A회사로부터 A회사 명의의 증권 계좌를 담보로 제공받고 수익금을 일부 수령하기로 했다.

주주평등원칙의 적용범위

주주평등의 원칙은 회사와 주주 사이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주주와 주주 사이, 주주와 제3자 사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주평등의 원칙에도 예외는 있으나, 이는 법률로만 인정된다. 이외에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 참고로,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로는 종류주식간 차별 취급(상법 제344조 제3항), 감사 선임시 의결권 제한(상법 제409조) 등이 있다.

주주평등원칙 위반 약정의 효력

회사는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계약을 함께 체결할 때에는 해당 계약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pxhere]

회사는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계약을 함께 체결할 때에는 해당 계약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pxhere]

주주평등의 원칙은 강행규범으로 보기 때문에,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다(대법원 2018년 9월 13일 선고 2018다9920, 9937 판결). 따라서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다.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약정이 주주의 자격을 취득하기 이전에 체결되었거나, 신주인수계약과 별도의 계약으로 체결되는 형태를 취했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한 사례가 이에 대한 것으로서 대법원 판결 사안이다(대법원 2020년 8월 13일 선고 2018다236241 판결). 하급심 법원은 투자계약이 신규 투자자들이 주주의 자격에서 회사에 대해 가지는 법률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이외의 다른 법률요건을 근거로 해 발생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라 이 투자계약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투자계약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A회사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신규투자자들에게 그 신주인수대금의 회수를 전액 보전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므로, 회사가 주주에 대해 투하자본의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계약이고 동시에 다른 주주들에게 인정되지 않는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실제로 투자계약에 따른 투자자금이 신주인수대금으로 사용되었고, 신규 투자자들이 A회사의 주주가 되었으므로 계약 체결 시점이 신규 투자자들이 주주 자격을 취득하기 이전이었다거나 신주인수계약과 별도로 위 투자계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투자계약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익금 보장 약정을 해서라도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싶은 유혹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주주에게만 투하자본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약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이고, 일부 주주에게 지급된 수익금 등은 부당이득으로 회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사는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계약을 함께 체결할 때에는 위 투자계약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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