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2000명대 발생을 이어가면서 위중증 환자가 400명대로 올라서고, 사망자도 두 자릿수로 나오고 있다.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환자는 2224명으로 닷새 연속 2000명대로 나왔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6일) 411명으로 지난 8월 31일(409명) 이후 처음 400명대로 올라선 데 이어 이날도 405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일주일 사이 위중증 환자는 343명→347명→378명→365명→382명→411명→405명 등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환자의 1.4~2% 정도가 위중증 환자로 악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에 급증한 확진자의 영향은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 수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 의료체계에서 500명 이내 위중증 환자까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보지만 위드 코로나 여파가 반영돼 환자 규모가 향후 지금보다 더 커진다면 중환자가 한꺼번에 불어나면서 한계치에 다다를 수 있다. 확진자 70% 이상이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서울 60.6%, 경기 65.8%, 인천 64.6% 등 중증 환자 병상이 벌써 63% 가량(6일 17시 기준) 가동되고 있다.
최근 확산세가 더 우려되는 건 확진자 상당수가 다시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7일 확진자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32.1%를 차지한다. 지난달 말에만 해도 20% 넘는 수준이었는데 30%대로 올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가 주도적인 상황에서 5월 이전 접종한 고령층은 면역력 약화(immunity waning)로 방어효과가 50% 이하로 떨어졌을 개연성이 높다”며 “영국 자료를 보면 60~74세 맞은 아스트라제네카(AZ)의 경우 2차 접종해도 방어 효과가 60%정도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가 20,3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층의 경우 고위험군인 만큼 환자 절대 규모가 늘면 위중증,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따라 증가할 수 있다. 특히 미종자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당국에 따르면 미접종자의 중증화율은 60대 6.61%로 접종 완료자(1.72%)의 4배 이상으로 높다. 80세 이상도 24.25%로 접종 완료자(7.65%)보다 3배 이상 위험하다.
고령층의 경우 접종률이 90% 안팎으로 높지만, 최근 예방 효과가 떨어지면서 돌파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백신의 중증·사망 방지 효과가 90%라고 하지만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최근 8주간 누적 위중증 환자 1400명 가운데 접종 완료자가 20% 정도를 차지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항체 형성률이 일반인보다 떨어져 있다”며 “젊은 층에선 항체가 떨어져도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 상태가 빠르게 올라가는 반면 고령층은 면역이 약하니 활성화가 빨리 안 되고 중증 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동안 10명 안팎으로 유지됐던 사망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달 들어 1일부터 7일까지 9명→16명→18명→24명→20명→20명→11명으로 발생했다. 하루 평균 약 17명씩 사망했다.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은 0.78% 수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60대 이상에서의 100만명 미접종자 접종을 최대한 독려하고, 부스터샷(추가 접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은미 교수는 “요양병원 고령자 이외에도 최소한 70세, 80세 이상에는 부스터샷을 당겨 시행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유럽에서도 최근 입원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한스 클루즈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장은 최근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2월까지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5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많은 전문가들이 계절 독감과 동반한 감염 증가가 의료 종사자들을 감당할 수 없는 압박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