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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남편 “재테크 못한다며 아내가 우산으로 때려…신고해도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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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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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재테크를 못하고 무능하다”는 이유로 우산 등으로 때리는 등 가정폭력을 하는 아내를 신고하고 싶다는 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4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매일 꼬집고 찌르고 때리는 아내, 가정폭력 신고를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사연이 소개됐다. ‘결혼 10년 차 맞벌이 부부’라는 남성 A씨는 “몇 달 전부터 화가 잔뜩 난 아내가 새벽마다 자는 나를 발로 차는 바람에 잠에서 깨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3년 전 아내가, 당시 사는 집의 전세금을 빼고 추가로 대출받아서 아파트를 사자고 했지만, 대출금을 갚는 것이 부담돼 사지 않았다. 현재 그 아파트는 3억이나 올라 사기는커녕 전세로도 들어가지 못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며 “아내는 나에게 ‘무능하고 재테크에도 재능이 없으면서 내 말을 듣지도 않았다’라며 매일 화를 냈고, 심지어 나를 꼬집고 때리고 우산, 옷걸이로 찌르고 때리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싸움이 커져 견딜 수 없을 때는 아내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할까 고민되기도 했지만, 신고해봤자 가정에 어떤 도움이 될지 괜히 동네 시끄럽게만 할 것 같아 주저했다”며 “하지만 아내의 폭력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문의했다.

이에 대해 김아영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매 맞는 남편이라는 개념이 본인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워서 많이 고민하실 것”이라며 “하지만 가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간에 가정폭력은 폭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 112에 신고하면 행위에 따라서 폭행, 상해 등으로 수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폭력은 가정 보호 사건으로 분류가 되면 경찰 조사, 검찰 송치 후 가정법원에서 사건을 맡는다. 가정 보호사건의 경우, 조사단계, 심리단계를 거치는데 조사는 가사조사관이 혼인생활 전반에 대한 사정이라든가 당시 사건, 상황, 발생 경위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조사하게 된다. 심리단계는 판사님이 사실관계를 살펴보시는 단계다. 이 모든 단계를 거쳐서 폭행 피해 사안이 경미하면 교육이수, 상담이수를 받게 된다. 이런 상담으로 해결하기에는 사안이 심각하고 폭력의 정도가 심한 경우엔 다시 형사재판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부연했다.

‘상황이 심각해 보이는데 피해자 보호 명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피해자 보호 명령은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경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법원에 직접 보호를 요청하는 제도”라며 “2011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규정이 개정돼 새로 도입됐다”고 하면서 필요할 경우 가정폭력 피해자인 남편 A씨가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한 부부는 20년의 결혼생활에서 남편이 칼, 가위 등 흉기를 이용해 협박하고 폭행하자 아내가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 소송 제기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서울가정법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서울가정법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김 변호사에 따르면 가정폭력행위자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피해자 보호 명령 청구의 경우, 법원에서 피해자 보호 명령을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에서 즉시 퇴거해야 하고, 피해자의 집, 직장 등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가 내려진다.

아울러 휴대전화 메시지, 전화, 이메일 발송 등 통신망을 통한 접근까지도 금지된다. 가해자가 미성년자 자녀의 친권자여서 자녀를 폭행한 경우에는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금지, 면접교섭권 행사도 금지된다.

기간은 1년 미만이다. 사안에 따라 연장도 가능한데, 연장이 필요할 경우에는 청구해서 2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연장한 기간을 포함해서도 최종적으로는 피해자 보호 명령 기간이 3년을 넘을 수 없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 명령은 청구한다고 해서 결정이 바로 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몇 개월 시간이 걸린다”라며 “이러한 피해자 보호 명령결정이 내려지기 전 피해자를 즉시 보호해야 할 급박성이 있을 경우, 법원은 임시보호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임시보호 명령도 앞서 설명한 피해자 보호 명령의 효과와 동일하다. 그리고 피해자 보호 명령결정 시까지 그 임시 보호 처분의 효과가 계속된다”고 밝혔다.

‘만일 피해자 보호 명령이 나와도 당사자가 안 지키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는 “피해자 보호 명령, 임시 보호 명령이 내려지면 해당 관할 경찰서에 등록된다. 그래서 이행하지 않은 행위자가 발생하면, 곧 피해자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게 된다”라며 “그러면 관할법원의 검찰청 검사에게 통보되고, 이 경우 위반행위자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가정 내 폭력은 참고 견딘다고 절대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폭력이 더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라며 “장시간 가정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분들은 정서적인 학대까지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신이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불안감을 함께 가지고 계신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법률지원을 하는 곳들을 통해 보호를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가정폭력 피해자 중 보호시설 입소를 희망하는 분들에 한해서 각 기관과 면접 상담 후 보호시설 입소도 가능하다”라며 “특히 10세 이상 남아를 동반한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은 별도로 운영 중이다. 가정폭력 피해 정도, 피해자의 사정 등을 고려해 단기 보호시설은 6개월, 장기의 경우 2년 이내, 긴급피난처는 최대 7일까지도 시설을 이용하실 수 있다. 보호시설 퇴소 후 가정복귀가 어려운 경우 자립 지원을 위하여 심사를 거쳐 주거공간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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