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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쿠팡친구 "월 700만원 번 적도…여성은 안 하셨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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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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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상거래 웹사이트인 ‘쿠팡’에서 배달 직원인 쿠팡 친구로 근무 중인 여성이 “월 최고 700만 원의 수입을 올려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 친구로 근무 중인 30대 초반 여성 A씨는 지난 9월 29일 유튜브 채널 ‘까레라이스TV’의 방송에 출연해 쿠팡친구로서 일하며 느꼈던 고충, 수입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A씨는 스스로 ‘수도권 쿠팡 캠프에서 근무 중인 원 웨이브 야간 여성 쿠팡맨’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원 웨이브’는 야간을 의미한다. 주간 근무인 경우엔 ‘투 웨이브’라고 한다. ‘쿠팡맨’이라는 명칭은 성차별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서 ‘쿠팡 친구’로 변경됐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쓰고 있다.

A씨는 “오후 9시 30분부터 오전 7시 30분까지 근무하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새벽 배송 건은 무조건 오전 7시까지 완료돼야 해서 거의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마무리한다. 퇴근은 대체로 오전 7시 전후로 한다”고 설명했다.

쿠팡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원래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대학을 늦게나마 가보려다가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자차로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를 시작했다. 그러다 야간, 주간, 반품 업무를 하게 됐고 배송이 일상이 됐다. 그러다가 ‘회사 생활은 나이 들어선 못하지만 이런 프리랜서 직업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겠다’ ‘난 회사생활을 더 해야겠다’ 싶어서 플렉서들을 배정해주고 출입차 관리를 해주는 ‘플렉스 어시스턴트’로 입사했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배송이 다시 하고 싶었다. 그래서 3개월 후에 쿠팡 친구로 재입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에는 쿠팡 플렉스하면서 20개 주면 20개만 배송했는데, 어느 날 날씨가 굉장히 안 좋아서 사람 구하기 힘든 날 80개를 주면서 ‘하실 수 있겠냐’고 하기에 해본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을 빨리 잘했다. 그때부턴 주는 대로 다 했다”며 “쿠팡 플렉스를 할 때는 한 달에 기름값, 유지비, 보험료 다 빼고 700만 원 벌어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플렉스 어시스턴트로 가면서 수입이 많이 줄었다. 세금 다 떼고 250만 원 정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야간 쿠팡 친구로 입사를 하기 위해선 ‘특수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A씨는 “문진표가 좀 추가된다”며 “고혈압이 심하거나 혈당이 높으면 못 한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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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과 부대끼는 게 너무 싫다. 또 주간은 배송 시간도 길고 배송 구역이 좁은데, 야간은 주간보다 면적이 넓고 대신 가구 수가 띄엄띄엄 있어서 좋다”라며 “야간은 밤에 잠도 못 자고 훨씬 더 힘들지만, 막상 주간 가라고 하면 싫다. 야간에 근무하면 엘리베이터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야간 근무를 하면서 힘든 점에 대해선 “야간에는 차가 빨리 달리는 편이라 위험한 게 있고, 또 어둡다 보니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다. 며칠 전에 실제로 바위 하나를 못 봐서 한 바퀴 굴렀다”며 “술 마시고 때리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맞아주고 경찰을 부른다. 이 외에 화장실 문제가 있다. 공중화장실의 경우 남자 화장실은 열려 있는데, 여자 화장실은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몰카(불법촬영) 사건이 벌어지고 하다 보니 그렇다. 그래서 웬만하면 참는다”고 털어놨다.

A씨는 “야간 쿠팡맨들은 대개 만근이 힘들다”라며 “몸이 아프거나 힘들거나 다쳐서 병가를 많이 쓴다”고 밝혔다. 다만 “야간 기준으로 ‘라이트 급여’와 ‘노말(Normal) 급여’가 있는데, 노말 급여의 경우 만근을 하면 세전 33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쿠팡 친구로 입사를 하면 신입 1~6주 차가 지난 뒤 라이트로 근무할 수 있고 일정 기준의 테스트를 거치면 노멀로 근무할 수 있다.

여성 쿠팡 친구로서 힘든 점으로는 “내가 여자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이다. 물건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위에 얹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무거운 물건 들기도 힘들다”라는 점을 언급했다. ‘여성 쿠팡 친구라고 해서 물이나 쌀 같은 무거운 물건을 아예 배정 안 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관리자들은 아예 모른다”라며 “30kg짜리 매트리스도 들어봤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옥탑방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마법의 날에 좀 힘든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이 쿠팡 친구를 하고 싶어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 주겠느냐’는 질문에는 “가능하면 안 하셨으면 좋겠다. 만일 키 163cm 정도 되는 평범한 체형의 여자가 있는데 양문형 냉장고를 두 개 분량을 탑차에 실어서 9시간 동안 온 집을 돌아다니면서 배송하고 돌아와서 그만큼 물건 또 싣고 그건 3시간 만에 배송하고 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라며 “그래도 꼭 하고 싶다는 분들은 노력을 많이 하실 각오로 오셔야 한다. 남자들보다 체격, 체력 다 안 되기 때문에 3배, 4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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