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11호 달 착륙 이끈 수소…석유・석탄 발전 없앨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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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우주선에 장착한 수소연료전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11호에는 수소연료전지 3기가 장착됐다. 사진 NASA

아폴로 우주선에 장착한 수소연료전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11호에는 수소연료전지 3기가 장착됐다. 사진 NASA

원소기호 1번인 수소는 우주에 흩어진 물질 중 7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다. 탄소 제로(0) 시대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 급부상했지만 산소와 쉽게 반응하기때문에 다루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이 “수소를 다룰 줄 안다면 다른 기체는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하는 이유다.

[갈 길 먼 수소경제시대]

에너지원으로써 수소의 역사는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8년 프랑스 화학자 앙투앙 라부아지에는 수소를 태우면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해 전기를 얻는 수소연료전지는 1839년 윌리엄 그로브가 처음으로 발명했다. 이후 시장에서 사장됐던 수소연료전지에 다시 주목한 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다. NASA는 1969년 7월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에 수소연료전지 3대를 탑재했다. NASA는 당초 충전지와 핵연료 등을 비행선 전원용으로 검토했지만 안전 문제로 포기했다고 한다. 수소연료전지는 아폴로 11호에 전기를 공급했고 이 과정에서 분해한 물은 우주비행사의 식수로 활용됐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에 수소연료전지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주요국 수소경제 추진 계획.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요국 수소경제 추진 계획.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우주 기술 분야에 활용되던 수소에너지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석유파동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과 유럽 등이 대체 에너지원을 찾다 수소를 대안으로 채택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자동차 기업 역시 각국 정부의 우주 기술을 이전받아 수소연료전지 고도화에 착수했다. 1990년대부터 수소차를 선보였지만 셰일오일 등 값싼 에너지원이 개발되자 수소는 다시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최근 탈 탄소 움직임과 그에 따른 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수소는 다시 석탄·석유의 대체재로 부상했다.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정부가 수소에너지 활성화 발벗고 나서는 것도 탄소 제로때문이다. 현재 수소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선 건 미국과 독일이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2001년부터 수소 사회 전환을 목표로 관련 기술에 꾸준히 투자했다.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며 관련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지만 수소 생산-운송-저장-모빌리티 등으로 이어지는 수소 생태계에서 미국은 다양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풍부한 천연가스 매장량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윤창원 포항공대 화학과 교수는 “수소 기술은 우주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돼 성장한 만큼 미국 등이 가장 앞서 있다”며 “수소운송과 저장 등 국내 기술력이 가장 약한 고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현대차는 2023년 크기를 줄이고 효율을 높인 수소연료전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현대차는 2023년 크기를 줄이고 효율을 높인 수소연료전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차

중국은 지난 2019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수소에너지 설비와 수소 충전소 확충을 결정했다. 수소차 인프라와 수소차 확대를 통해 탈 탄소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중앙 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도 수소 사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하이시는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50개소를 구축해 수소 승용차 2만대 이상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수소에너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 사회 진입을 선언했다.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한 일본 역시 2017년 수소 기본전략을 발표하면서 수소 충전소 보급을 확대하는 중이다. 백영순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에서 보듯 정부가 끌고 기업이 밀어야 수소 생태계가 국내에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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