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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4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크다” 내년 초 베이징 올림픽 무대 주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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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08면

[SPECIAL REPORT]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한 뒤 판문점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을 한 뒤 판문점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격동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안한 종전선언이 계기다. 이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는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일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남북 통신 연락선이 복원됐다. 일각에선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적잖다. 대북 제재 완화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에 미국 행정부는 “먼저 대화의 자리에 나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꽉 막혀 있는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결코 쉽지 않다. 임기를 불과 7개월 남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과연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말기의 한반도 정세를 전문가 5인의 진단을 통해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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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있다. [중앙포토]

① 종전선언 가능한가=전문가들은 대부분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남북한만의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고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미국이 참여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꺼리는 이유로는 북한이 내세운 적대시 정책 철폐라는 조건을 들었다. 이는 한미연합훈련과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라는 주장인 만큼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종전선언이 단지 정치적 제스처에 그친다면 미국이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북한이 생각하는 종전선언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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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유사한 분석을 내놨다. 정 센터장은 “종전선언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대북 제재 완화, 한미연합훈련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얽혀있는 사안”이라며 “이런 과제들을 놓아둔 채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도 이런 관점에서 종전선언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초기 단계에 돌입했을 때 종전선언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준 전 유엔 주재 대사도 “종전선언은 정치적 수사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남북한의 종전선언은 이미 2018년 판문점에서 했다”며 “실질적인 종전선언은 미국과 중국이 참여해야 하는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볼 수 있는데 국제적 관심은 그다지 불러일으키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반면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담긴 뜻은 종전선언 추진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의  기틀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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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남북 정상회담 성사될까=종전선언에 비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다. 남북관계 개선이란 치적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려는 문 대통령과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을 설득해 주길 원하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맥을 함께한다는 분석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무대로 내년 2월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이 거론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을 초청해 대화의 장을 만들 것이란 시나리오다. 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는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영향으로 주요국 정상들이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정상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면 올림픽 흥행과 국제적 관심 끌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베이징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시 주석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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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교수는 “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120% 이상”이라며 “이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임기를 마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관건은 북한에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이냐다. 중국이 화끈한 선물을 안기면 김 위원장은 베이징으로 달려갈 것이고, 마찬가지로 남한에도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센터장도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가능성은 50% 이상이다. 시 주석이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할 경우 김 위원장이 이를 거절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을 하게 될 경우 북한에도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적대시 정책 폐기나 대북 제재 완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북·미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내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이 신형 반항공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에도 극초고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북한이 신형 반항공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에도 극초고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뉴시스]

③ 북한의 전략은=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통신선 복원 등 유화 제스처와 함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지만 남북 간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이와 관련, 남 교수는 “북한의 정책 방향은 남한을 우선시하고 미국을 후순위에 두는 선남후미(先南後美)”라고 규정했다. 과거 미국과의 대화를 중시했던 통미봉남(通美封南)과는 정반대다. 어느 경우든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를 완화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게 김 위원장의 우선 과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시인했다. 대북 제재 완화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 전 대사는 “대북 제재의 효과는 북한 주민들에게 당장 생존의 위협을 주기보다는 경제 발전을 어렵게 만드는 데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그런 만큼 북한 입장에선 제재 완화를 위해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것 외에는 출구가 없고, 대남 유화 제스처도 이런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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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남한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 센터장은 “북한은 그동안 천명한 대로 당장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하지만 장차 남한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게 하려는 의도로 남한과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사일 도발과 대화 의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사일 도발은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경제 부진을 무마하기 위한 내부용이면서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메시지이자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④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 평가=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대체적으로 후하지는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하려고 노력했다는 호평도 있지만,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이미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역할에 제대로 주목하지 않고 남북한과 미국에만 매달려 왔는데,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 발전엔 그다지 기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정부가 큰 틀에서 바라보며 중국의 관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반면 양 교수는 “대북 정책이 당장 열매까지 맺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럴 때는 현재의 대북 정책을 향후 좋은 결과의 마중물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 교수는 “임기 말에 무리하게 대북 정책을 추진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고, 약속을 남발할 경우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그 과정에서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질 경우 더 큰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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