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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개입보다 억제 통한 관리 모드” 북, 진전 없을 땐 핵실험 재개 가능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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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09면

[SPECIAL REPORT]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

최근 남북이 서로 유화적 제스처를 주고받는 데 대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응은 ‘원론적’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미 정부 당국자들도 남북 당국 간 해빙 분위기에 지지를 보내는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엔 비난 성명을 내놓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일 “미국은 여전히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고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기대감이 높아지는 남북 대화도 지지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역내 및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기존 대북 제재도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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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말 대북 정책에 대한 리뷰를 마쳤지만 그 이후로도 북·미 관계는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북한에 요구하면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북한도 적대시 정책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초기엔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현재는 개입(engagement)보다는 억제(deterrence)를 통한 관리 모드에 들어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답습하는 ‘전략적 인내 2.0’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좀처럼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것은 집권 초기에 비해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갈등에 더해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이 겹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을 돌려놨다는 진단이다. 오준 전 유엔 주재 대사는 “아프간 사태와 중국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는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며 “지금처럼 대북 제재를 효과적으로 유지할 경우 결국엔 북한이 스스로 대화에 나설 것이란 판단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대북 접근에 소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징후는 쉽게 감지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현재 바이든 정부는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통해 대북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그에게 주어진 재량권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정도일 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상권은 위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처럼 실무자들의 운신 폭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단지 상황 악화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당분간 북·미 간에 직접적인 대화나 협상의 자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현재로선 양국 이해관계의 교집합이 작다는 점에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여전히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열렸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환상을 갖고 정상 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그에 맞게 제재 완화 등을 추진하려 하겠지만 미국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이 우선순위가 아니고 이미 보유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폐기할 방법도 마땅찮은 상황에서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세밀하게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을 새로운 대북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관리를 위한 수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접근법은 지난달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한 엘리엇 강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차관보가 재차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따라서 향후 북·미 관계는 어느 한쪽의 양보가 없는 한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은 현재 저강도 도발을 유지하며 미국과의 대화를 조심스레 모색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북한은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 긴장 고조’라는 카드를 꺼내곤 했다. 올해 별 진전이 없을 경우 내년 초엔 북한이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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