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북·미 대화 주선할 것” 윤석열 “한·미 공조로 핵 억제”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20

업데이트 2021.10.0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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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11면

[SPECIAL REPORT]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대북 정책 관련 공약과 발언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대 대선이 그러했듯이 내년 3월 대선에서도 ‘북한 이슈’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여지가 한층 커졌다는 점에서다. 취재 결과 여야 대선후보들은 대북 대화와 제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술핵 배치 등을 둘러싸고는 야당 후보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대선 앞두고 ‘북풍’ 재현될까 우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 ‘한국 주도론’을 한목소리로 내세우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유도를 위해 한국 정부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8월 통일·외교 공약을 발표하며 “조건부 제재 완화와 단계적 동시 행동 방안을 구체화한 뒤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지난 4일 임진각을 찾아 “대북 정책을 논의할 ‘여·야·정 협의 기구’를 신설해 초당적 대북 정책 추진의 토대를 닦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퍼주기’ 논란을 의식한 듯 ‘대화 일변도’ 정책엔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는 ‘실용적 접근’을 통해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 경제협력·교류와 인도적 지원은 지지하지만 북한의 호응조차 없는 일방적 지원엔 찬성하지 않는다. 대북 저자세에서 벗어나 북한의 그릇된 관행과 태도에 할 말은 하겠다”면서다. 이 전 대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더해 미래전에 대비해 전략사령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한·미 공조 강화를 통한 대북 제재 유지’를 앞세우며 대북 정책의 대전환을 공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달 22일 외교·안보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미 양국의 포괄적 전략 동맹을 실천해 북핵 억제를 강화하겠다”며 대북 압박을 우선시했다. 홍준표 의원도 지난달 6일 “세력균형이 무너질 때 전쟁이 나고, 통일을 앞당기자고 할수록 전쟁의 위험은 커진다”며 “미국과 함께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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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술핵 배치 등을 통해 ‘강 대 강’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야당 내에서도 공방이 치열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17년 대선에 이어 또다시 핵 공유 필요성을 언급하며 “미국 정부를 설득해 한·미 핵 공유 협정을 반드시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도 지난달 28일 TV 토론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미국과 우리 국민을 속이는 위장 평화쇼”라며 “나토식 핵 공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당초 “미국과 ‘유사시 핵무기 전개 협의 절차’를 마련하겠다”며 전술핵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지난달 28일엔 “전술핵 배치나 핵 공유는 국제사회 고립을 자초하고 북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라며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전술핵 배치는 한·미동맹에 균열만 일으킬 뿐”이라고 가세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 위기 등을 맞아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데는 여야 후보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었다. 이 지사는 보건의료 협력 등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사업부터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이 전 대표는 북한에 백신과 치료제를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윤 전 총장도 “북한 주민을 위해 조건 없이 대북 지원에 나서겠다”며 “이를 위해 국제적 연대를 끌어내겠다”고 공약했다.

북한 문제는 역대 대선 때마다 판세에  영향을 미친 단골 이슈였다. 2017년 대선 때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고 2012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이 대선 정국을 ‘안보 블랙홀’에 빠져들게 했다. 2007년에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북한 이슈, 부동층 표심에 변수될 수도”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대선의 경우 국내 문제가 부각되면서 북한 변수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부동산이나 일자리 등 당장 현실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게 거론되면서 북한 문제나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야권은 ‘북풍’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 이슈가 막판 표심에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미치는지 익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참패가 대표적이다. 당시 선거를 하루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선거는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도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북한도 중국의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을 전후해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대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 이슈는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표심 결집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특히 선거 막판엔 부동층 표심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철 교수는 “지금 관심도가 낮다고 해서 내년 초에도 그럴 거라고 예단하긴 쉽지 않다”며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종전선언이나 정상회담 등 북한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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