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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국제법적 구속력 없지만 평화 체제 진입 알리는 신호탄 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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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08면

[SPECIAL REPORT]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이란 화두를 던지고 북한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지난 4일 남북 통신 연락선까지 복원되면서 종전선언의 불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종전선언은 전쟁이 끝났음을 확인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교전 당사국이 정전협정을 넘어 평화협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상징적 조치이기도 하다. 평화 의지를 확인하는 정치적 행위인 만큼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다. 평화협정을 맺기 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도 아니다. 그럼에도 당사국 간 신뢰가 구축됐음을 대내외에 알리고 평화협정을 예고한다는 측면에서 나름의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정치적 선언 수준이지만 남북끼리만 종전선언을 논의하기엔 현실적 제약도 따른다. 교전 당사자의 쌍방 의사가 합치돼야 전쟁 종료라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다. 1953년 정전협정을 맺을 당시 체결 당사자는 유엔군과 중국군·북한군이었다. 당시 한국군은 유엔군사령관의 지휘를 받은 유엔군의 일원이었던 점에서 명목상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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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하지만 실질적인 전쟁 당사자였다는 측면에서 교전 당사국으로 거론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하며 6·25전쟁 참전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도 이런 맥락이란 해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남북한만의 종전선언은 2018년 판문점 선언처럼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정전협정을 체결한 미국과 중국의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평화합의서로 통칭되는 평화협정은 무게감부터 다르다. 평화 체제를 법과 제도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형식도 조약의 형태를 취한다. 적극적 성격의 평화 문서인 만큼 당사국들이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우호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평화협정을 통한 관계 정상화가 외교 관계뿐 아니라 문화·무역과 인적 교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도 20년 분쟁을 끝으로 2018년 7월 종전을 선언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 정식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교류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장 남북한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 후 귀국길 기내 간담회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협상이나 평화협상에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한다”며 종전선언을 발판삼아 대화 재개에 나선다는 ‘종전선언 입구론’을 강조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의 입구론에 맞서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만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조건부 출구론’을 내세운 셈이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선 남북 연락 채널 복원이 종전선언 논의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으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남북 통신선이 55일 만인 지난 4일 다시 정상 가동된 걸 두고서다.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연락 채널 복원이었고 경색 또한 통신선 차단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통신선 복원이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통신선 복원 날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일은 10·4 남북 공동선언 14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2007년 10월 4일 남북 정상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뒤 선언서 제4항에 그 내용을 담았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정관은 “종전선언이 담긴 10·4 남북 공동선언 발표일에 맞춰 남북이 통신선을 복원한 것은 약속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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