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외조모상 말하자 '바빠죽겠는데…너 할머니랑 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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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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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원이 “외조모상을 당했는데 회사에선 ‘바빠 죽겠는데 왜 복잡하게 만드냐’고 핀잔을 줬다”며 직장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이런 곳에 다니는 내가 싫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한 2금융권 은행에 재직 중이라는 작성자 A씨는 “어제 외조모상을 당했는데, 회사에 말을 하자마자 첫 마디가 ‘바빠 죽겠는데 왜 복잡하게 만드는 거냐’라는 거였다”라며 “기가 막혔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저게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냐”고 털어놨다.

A씨는 회사 상사에게 외조모의 별세 소식을 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상사는 핀잔을 주는 것도 모자라 웃기까지 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너 3일 연휴인데 쉬지도 못하네’라고 하면서 그게 너무 웃긴다고 하더라. ‘웃으면 안 되는데 너무 웃기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조부모상에 5일을 쉬는데,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말도 했다. ‘무슨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에 5일을 쉬냐’고 했다. ‘너 거기 가서 뭐하냐’ ‘너 할머니랑 친하냐’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가서 할 일도 없을 텐데’ 이런 말을 했다. 그러면서 ‘며칠 쉴 건지 얘기하라’ ‘빨리 결정하라’고 계속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네가 명절에도 집에 안 가는데 할머니랑 친하면 얼마나 친하고 몇 번이나 봤겠냐’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사람이면 어떻게 저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의 일은 바위만큼 크게 반응하고 남의 일은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태도였다. 저런 사람들과 일을 하는 내가 너무 싫고 경멸스러웠다”며 “입장 바꿔서 본인이 부모상을 당했을 때, 자기 자식이 다니는 회사 상사가 저런 반응을 했다면 본인은 어땠을까. 조부모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참석할 필요 없이 회사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다면 본인은 제정신일 수 있을까”라고 성토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참냐” “세상에 상식 이하의 사람이 너무 많다” “저 정도는 징계해야 하는 사유가 된다”며 비판했다. 글쓴이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은행원 B씨는 “그 사람 누구냐. 내가 신고하고 퇴사할 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글쓴이와 같은 직장에 근무했다가 다른 은행으로 이직했다는 은행원 C씨는 “나도 그 은행 다닐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남 일 같지 않다. 나도 사람이 싫어서 이직했다”고 하면서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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