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빚더미를 미래 세대에 떠넘긴 무책임한 정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2022년 예산안 편성 및 추석민생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2022년 예산안 편성 및 추석민생대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내년 본예산 604조원 초확장 예산 편성

대선 앞둔 선심성 … 국가채무비율 첫 50%

기어이 선을 넘었다. 정부가 내년에 쓰겠다고 편성한 본예산 604조4000억원 얘기다.

추경을 제외한 본예산이 6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처음으로, 올해보다 8.3% 늘었다.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대응으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예산안도  초(超)확장 재정으로 꾸리게 되면서, 내년에도 77조6000억원의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다. 이로써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됐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처음으로 50.2%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에 내년 총수입은 548조8000억원에 그쳐 ‘악어의 입’(재정지출이 느는 반면 세수는 줄면서 두 선 간격이 점차 벌어지는 그래프 모양)은 점점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올해는 그나마 부동산값 폭등으로 예상보다 세수가 크게 늘었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만큼 내년에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일단 쓰고 보자’이다 보니 재정 씀씀이와 나랏빚 증가 속도 모두 과거 정부를 압도한다. 문 정부 5년 동안 본예산 증가율(50.84%)은 이명박(32.5%)·박근혜(17.11%) 정부보다 훨씬 가파르다. 꼭 필요한 돈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정부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내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선심성 돈 뿌리기라는 의혹을 받을 만한 현금 지원 사업이 잔뜩 들어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등 돌린 2030세대를 잡기 위한 청년 예산 23조5000억원을 비롯해 복지 관련 지출이 200조원을 넘기면서 낭비 요소가 더 짙어졌다. 단순히 복지 예산이 늘어난 게 문제가 아니다. 취약계층을 돌보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인다면 더 많은 예산이라도 반기겠지만 상당액이 허공에 사라지는 일회성 예산이다. 문 정부는 무리한 소득주도 성장 등 잘못된 경제정책을 가리려고 지난 4년 동안 단기 일자리와 실업급여 확대 등 세금 퍼주기에 막대한 돈을 써 왔다. 효율성을 따져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대신 내 돈이 아니니 뿌리고 본다는 재정중독증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런 비판에 귀를 열고 임기 마지막 해라도 이를 바로잡기를 바랐는데 내년엔 오히려 중산층 대학생까지 반값 등록금을 확대하고, 저소득 청년에겐 월세 20만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고 막대한 세금만 들어가는 불필요한 사업을 왜 지금 벌이겠다는 것인가. 이러니 재정 낭비를 넘어 재정 탕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돈을 펑펑 쓰고는 2023년 예산부터는 증가율을 5% 이하로 낮추겠다며 재정 건전성 확보 의무를 차기 정부에 떠넘겨버렸다. 빚더미를 다음 정부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부 탓에 국민 시름만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