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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헌법 위 군림 민주당의 ‘입법 농단’, 대가 치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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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10831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랍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 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10831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사랍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 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의료·사학법 등 위헌 논란 법안 일방처리

언론징벌법도 연기 아니라 폐기가 정답

우리 헌법의 근본 가치를 짓밟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심각하다. 위헌 요소가 가득한 언론징벌법을 밀어붙이다 국내외 수많은 비판에 부닥쳐 본회의 상정을 한 달 미루기는 했으나 아직 물러선 것은 아니다. 그러는 사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다른 쟁점 법안들을 줄줄이 통과시켜 우려를 낳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과도한 규제 논란에다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반론이 끊이지 않는다.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가 없다는 사실은 법안의 무리수가 크다는 걸 방증한다. 의사협회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관련 공청회 한 번 연 것으로 공론화 과정을 건너뛰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일방 통과시킨 사립학교 법안도 문제투성이다. 핵심은 교원 임용 1차 필기시험을 교육감에게 위탁하는 규정이다. 몇몇 학교의 채용 비리 등 일부의 문제를 전체 사학의 본질인 양 부풀려 교육감의 노골적인 인사 개입을 허용한 건 도를 넘는 자율성 침해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연합회는 ‘사학 자율성 말살 악법’이라 격하게 반발하며 위헌 소송을 벼르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탄소중립법도 민주당 ‘입법 농단’의 핵심 사례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환경부가 제안한 수치(2018년 대비 30%)보다도 5%포인트나 높게 못 박아 기업 현실을 외면한 ‘환경이념법’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계와 야당의 반발을 무시하고 지난 19일 새벽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일방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본회의 문턱도 일사천리로 넘었다.

대한민국 집권당이 헌법에 정해진 의회주의 원칙을 대놓고 무시하면서 위헌 소지가 높은 법안을 군사작전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34년 전 민주당의 대부인 김대중을 비롯한 ‘3김’이 주도해 만든 현행 헌법을 민주당 스스로 짓밟고, 그 위에 군림하는 형국이다. 언론징벌법은 그런 맥락에서 자행되고 있는 헌법 파괴 공작의 클라이맥스라 하겠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8개월 남은 현 정권 임기 중에 숙원 법안들을 죄다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발로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위헌적 법안을 밀어붙인 장본인들이 예외 없이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렀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당장 윤미향 의원이 공동 발의한 ‘위안부 피해자 보호 법안’은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가 ‘윤미향 보호법’이라 반발하는 바람에 민주당은 법안을 자진 철회하는 수모를 당했다. 민주당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는 게 먼저다. 언론징벌법을 폐기하고 어제 통과한 위헌적 법안들을 재개정하지 않으면 헌법과 민심에 의해 자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