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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방문 늦춘 해리스…이유는 아바나 증후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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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5일 베트남 하노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동남아시아 본부 개막식에 참석한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5일 베트남 하노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동남아시아 본부 개막식에 참석한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베트남 출발 일정이 예고 없이 수 시간 지연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싱가포르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트남 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출발이 3시간 지연돼 오후 7시 32분에야 싱가포르 파야 레바 공군 기지에서 출발했다. 이에 베트남 주재 미 대사관 측은 “하노이에서 ‘건강 관련 이례적 사건’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만 설명했다.

부통령의 선임 고문인 시몬 샌더스는 이번 지연이 “부통령의 건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부연했지만, CNN 등 현지 언론은 2016년 쿠바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에게서 나타난 ‘아바나 증후군’에 주목했다. 미국 정부가 사용한 ‘건강 관련 이례적 사건’이란 용어는 통상 ‘아바나 증후군’을 지칭할 때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바나 증후군’이란 2016년 말 쿠바 주재 미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발병한 정체불명의 증상을 말한다. 이들은 대사관이나 거주지에서 이명에 가까운 이상한 소리 또는 지속해서 딸깍거리는 소리를 들은 뒤 두통과 어지럼증·구역질·기억력 및 방향 감각 상실 등의 인지 장애에 시달렸다. 2018년 중국 주재 미 대사관 직원과 가족 일부를 비롯해 독일 등 전 세계에 배치된 미 외교관과 정보 요원들이 비슷한 증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증상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이름을 따 ‘아바나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출발 지연과 관련해 NBC 방송은 실제 지난 주말 베트남 하노이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최소 2명의 외교관이 ‘아바나 증후군’ 의심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인 대사관 직원 중 일부가 거주지에서 음파와 관련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면서 안전을 위해 대피했다는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베트남에서 소리 등과 같은 아바나 증후군 증상이 보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비슷한 일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확인된 건 없었다”고 말했다.

NBC는 “하노이 주재 미 대사관 측은 해리스 부통령이 베트남으로 출발하기 불과 몇 시간 전 이 사실을 보고했고, 순방팀은 이에 따른 조치로 출발을 지연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 질환의 원인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 국립과학원은 지난해 12월 발표 보고서에서 극초단파 공격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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