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무원 같은 조직문화 싹 바꿔야"…LG엔솔 직원 자사비판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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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전량 리콜 결정으로 23일 LG화학과 LG전자 등 LG 계열 상장사 주가가 폭락한 가운데,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화제다.

"근본적 해결책 없는 보고장표만 무한 반복"  

이 직원은 해당 글에서 “엘무원이라는 생각, 이 조직 문화부터 싹 바꿔야 한다”고 썼다. ‘엘무원’은 ‘LG’와 ‘공무원’을 합한 조어다. 다른 LG 관계자는 “상대적 박봉에 복지부동하면서 근속은 긴 LG 문화를 비꼬는 말”이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특히 LG의 ‘보고’ 문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제(화재 이슈)가 터지면 밑에 사람들 조져서 원인과 대응 방안을 정리해서 가져오라고 한다”며 “물론 여기서 보고장표 페이지 수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보고장표 추가하고 수정하느라 원인은 묻혀버리고 대응 방안 장표만 수십장이 된다”며 “정작 중요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보고장표를 계속해서 보고하고 의사결정은 무한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초록곰팡이 글씨 빽빽할수록 좋다"  

'초록곰팡이 글씨가 빽빽할수록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초록 곰팡이'는 보고서에 각주 같이 용어 설명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경쟁사는 책임자를 아예 교체해 버려서 문제의 심각성을 조직에 깨우치게 하고 다시는 그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확률을 높여버린다”며 “(하지만) 우리 임원, 팀장들은 실무진들한테 보고만 받고 그대로 위에 보고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화제가 발생한 GM 볼트 EV. GM은 이와 관련 지난 20일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사진 일렉트렉]

지난달 화제가 발생한 GM 볼트 EV. GM은 이와 관련 지난 20일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사진 일렉트렉]

"극단적 위기 의식 갖고 과감한 인사 조치해야" 

이어 “어쩌다 해결책이 담기지만 ‘책임을 최소화하는 보고’가 녹아진 해결책일 뿐”이라며 “윗사람들은 계속해서 똑같은 의사결정을  반복하는데 여기서 본인들 자체도 책임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에 동의를 한다”고 했다. 이 직원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엘무원 해야 하니깐.”

이 직원은 글 말미에 “우리 회사의 미래를 위해선 극단적인 위기의식을 가지고 과감한 인사조치(를 하고), 엘무원이라는 생각, 이 조직 문화부터 싹 다 바꿔야한다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많은 직원이 늘 갖고 있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 글에 많은 직원들이 공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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