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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아껴도 잦아도 비교육적|꾸중과 벌이 효과 거두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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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9면

자녀를 기르다 보면 칭찬할 일만큼이나 꾸중할 일도 많고 상을 주고 싶을 때만큼이나 벌을 주고 싶을 때도 많다.
귀여운 자녀를 꾸짖고 벌주고 싶은 부모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항상 좋게 좋게만 대하다 보면 천금같은 자녀의 앞날을 오히려 망치는 결과를 빚게 된다.
그러나 자녀를 꾸중하고 벌주는 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된 행동을 교정시킨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켜 큰 불행을 야기 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꾸중=자녀들이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을 했을 때 부모는 가장 먼저「이것이 꾸짖을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별것도 아닌 일로 자주 꾸짖게 되면 자녀들은 기가 죽어 자꾸 눈치만 살피게 되고 스스로는 좀처럼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자라게 된다.
꾸중 할 때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부모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어떤 때는 별 잘못도 아닌데 심하게 꾸짖고 어떤 때는 더 큰 잘못을 했는데도 대충 넘어간다면 자녀들은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게 된다.
오랫동안 상담교사로 활약한바 있는 서울방학중 김여옥 교장은 부모들이 피해야 할 꾸지람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고 있다.
▲너는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니 대책이 없구나 하는 식의 사방포위형 ▲옛날 잘못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소급형 ▲누구는 잘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 하는 식의 비교형 ▲이런 짓을 하다니 참 똑똑하구나 하는 식의 냉소형 ▲네가 예쁜 짓을 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식의 무능예언형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라 하는 식의 강압형.
상담심리학자들은『자녀들에 대한 꾸중이(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꾸짖는 요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소 부모·자식들 사이에 애정 교류를 바탕으로 한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히고 『이는 자녀들이 꾸중을 자신에 대한 질타로 받아들이느냐, 자신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느냐의 근본적인 차이를 낳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벌=벌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매를 드는 것이다. 이밖에도 빈방에 가두거나, 집밖으로 쫓아내거나, 좋아하는 것을 빼앗는 등의 벌이 있을 수 있으나 이같은 방법은「훈육」이라기보다「응징」에 가깝기 때문에 좋지 않다.
사실 매를 드는 것에 대해서도 그 교육효과를 놓고 교육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많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등 일부단체와 소장파 중심의 교육학자들은 매가 갖는 비교육적 폭력성과 체벌 자 및 피 체벌자의 심리적 부작용 등을 이유로 매를「교육폭력」으로 규정하고 체벌금지운동을 활발히 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교육관계자들은 이들의 주장에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매가「사랑의 매」일 경우 나름대로의 교육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예지 원의 권명득 교육부장은『매는 물론 훈육의 최후수단이며 가급적이면 들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그러나 아직 어른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고 대화를 나눌 능력이 없는 취학 전 아동의 경우, 그리고 이성적 판단보다도 감정적 충동이 더 강한 아이들의 경우 매와 같은 충격요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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