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인 뒤 황 전무는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에게 "정말 대단하다. 초반 5㎞ 오버페이스로 기권하는 줄 알았다"며 선전을 축하했다. 대부분의 육상 전문가가 황 전무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면 이봉주는 초반 오버페이스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딛고 어떻게 올 시즌 국내선수 최고기록(2시간10분49초)을 엮어냈을까.
해답은 오인환 감독이 갖고 있었다.
오 감독은 코오롱 시절이던 1994년부터 지금까지 이봉주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한국 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세울 때도 코치로 옆에 있었다. 그만큼 이봉주에 대해 잘 안다.
오 감독은 올여름 중앙서울마라톤 출전 계획을 세운 뒤 이봉주 맞춤 훈련에 들어갔다. 전성기 때의 체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 훈련 강도를 낮추고 휴식을 늘렸다. 예를 들어 연속해서 5㎞를 5번 달릴 경우 전에는 15분10초대에 달리도록 했으나, 이번에는 15분50초로 스피드를 낮췄다. 대신 중간 휴식은 1분에서 4분으로 늘렸다. 한 번에 40㎞ 내외를 달리는 긴 거리 훈련 때도 16분대의 5㎞ 래프타임을 17분30초대로 완화했다.
유엔특별기구인 스텝재단 도영심 이사장이 2006 중앙서울마라톤에서 우승한 제이슨 음보테(29.케냐)를 6일 서울 다동 사무실로 초청, 선전을 축하하고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같은 맞춤훈련 덕분에 이봉주는 중반 이후에도 선두권에 근접한 채 당당히 2시간10분대, 5위라는 성적을 냈다. 황 전무는 "37세에 세운 2시간10분49초는 깨지기 힘든 또 다른 한국기록일 것"이라고 칭찬했다. 오인환 감독은 "내년 봄에는 2시간8분대에 도전하겠다"고 말했고, 이봉주는 "나를 추월하는 후배들이 나오지 않는 한 은퇴할 생각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신동재 기자 <djshi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