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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파견된 독일군 나치 문장 사용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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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독일군 전투차량에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사용한 문장(紋章)이 그려진 사진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최근호에 나치가 2차 세계대전 아프리카 전선에서 사용한 마크가 그려진 차량에 독일군 병사가 올라탄 사진을 실었다. 문제의 사진은 2001년 말 아프가니스탄 파병 직전 오만에서 이뤄진 최종 준비 훈련 중 찍은 것으로, 전투차량의 문에는 십자 모양의 옛 독일군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해당 병사의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나치의 사상을 가진 병사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문제의 그림 역시 파병지인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오만에서만 발견됐으며, 이 그림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이전에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군 병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 일간 빌트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에서 독일군복을 입은 병사가 사람의 해골을 들고 지프에서 웃으며 기념촬영한 사진이 실렸다. 5일에는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가 독일군 하사관의 말을 인용, "2002년 카불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던 독일군 병사들이 어린아이를 순찰차에 태운 뒤 총을 아이의 머리에 겨눈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라크전 개입과 민간인 학대 등을 비판하며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여온 독일 정부는 잇따른 사건으로 망신을 당하게 됐다. 프란츠 요제프 국방장관은 잇따른 사건에 대해 "독일 군대의 가치와 도덕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이라며 해당자들에게 엄격한 징계를 내릴 것을 약속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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