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단 넘는 동포애 북경서 뜨거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제11회 북경 아시안게임은 남북한과 중국·대만 등 두 분단 국가들의 화합 잔치 마당이 되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과거의 외면과 적대적 태도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북한측의 전례 없는 미소 등 적극적인 자세와 함께 남북한 임원들과 선수들은 선수촌·연습장에서 만날 때마다 예전과는 달리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다. 또 중국과 대만 선수단은 마치 통일 독일처럼 합동 훈련의 실시 등 정겨운 모습으로 스스럼없이 어울려 남북한보다 한걸음 더 전진된「분단 속의 화합」을 보여주고 있다. <북경=특별취재반>

<체조 등 훈련 같이하며 격려>남-북한
남북한 선수들간의 뜨거운 상봉의 무대는 남북한 선수가 만나는 자리마다 재현되고 있다. 선수촌에선 물론이고 훈련장에서도 예외 없이 「하나됨」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19일 오전 10시 반 선수촌 국기광장에서 거행된 한국 선수단 입촌식에는 북한 여자 소프트볼 선수를 비롯, 레슬링·체조 등 30여명의 북한 선수·임원들이 뒷자리에 나와 따뜻하게 환영해주었다. 전날 북한 선수단 입촌식 때 한국 수영 선수 등 40여명이 따뜻하게 영접한데 대한 답례였던 셈이다.
이같은 남북한간의 각별한 우정의 나눔은 대회 개막에 앞서 치러지는 종목별 훈련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맨 처음 훈련을 가진 체조 경기장에서는 한국 여자 체조의 호프 박지숙 (전북체고)과 민아영 (경희여고) 등이 북한의 최경희와 이춘미를 만나 얘기꽃을 피웠는가하면 테니스장에선 남북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연습 경기를 갖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올림픽 스포츠 센터 테니스 코트에 나란히 때맞춰 도착한 남북 테니스 선수들은 연습이나마 단일 팀처럼 하자는데 양쪽 감독이 합의, 즉석에서 연습 경기를 치르기로 한 것. 1시간 30분 계속된 가운데 게임은 한국 (김재식·김봉수)의 압승으로 일단락.
이에 대해 김성배 한국 감독은 『4년 전부터 시작한 북한 테니스 수준은 한국의 고교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훈련의 성과보다는 남북이 한데 어울려 서로를 격려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밖에 레슬링 경기장에서도 서로 친숙한 남북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1시간 남짓 서로간의 안부를 묻고 격려하는 자상함을 보였고 한자리에 모이진 못했지만 오고가며 만난 사이클 남북 선수들도 반갑게 서로를 맞이하는 모습.
입촌 이틀째인 19일은 남북 선수들간의 우정어린 동포애를 확인하는 무대였다.

<합동 파티 열어 우의 돈독히>중-대만
19일 저녁 본부 숙소인 북경 호텔 대연회장에서 중국·대만 선수단 단합 대회가 열려 시종일관 진한 동포애가 넘쳐흐르는 화기애애한 잔치의 한마당을 펼쳤다.
원위민 중국 대표 단장과 장풍서 대만 단장을 비롯, 7백여명의 양국 선수 및 임원들이 참가한 「합동 파이팅 파티」는 아무리 서로 다른 체제에서 수십년간 떨어져 살아도 핏줄은 위대하다라는 사실을 거듭 거듭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양측 NOC와 대만 최대 일간지인 중국시보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 양측 임원·선수들은 서로 음식과 술을 권하고 노래를 합창하며 한 대만 선수의 말대로 2시간30여분 동안 「잊을 수 없는 밤」을 보냈다.
중국 관영 중앙 TV (CCTV) 와 대만의 CTS (화시) TV가 각각 중계 방송한 가운데 원 중국 단장은 『내년부터 금지됐던 대륙 스포츠 팀의 대만 방문이 허용됐다』고 발표, 장내를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며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장대만 단장이 『98년 아시안게임의 대만 개최를 확신한다』고 맞장구, 장내는 한때 진한 감동의 메아리로 어우러졌다.
장 단장은 이어 『분단 된지 오래면 통일은 필연적 (분구필합)』이라는 요지의 인사를 해 분위기는 점입가경.
이어진 양측 연예인들의 흥겨운 가락에 일부는 춤을 추며 따라 불렀고 식탁 둘레에 섞어 앉은 양쪽 선수들은 「필승」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의 행사 외에도 대만의 배구·무술 등 일부 종목 선수들이 중국 대표단과 합동 훈련을 하면서 중국인 코치의 지도를 받는 등 양국은 이미 분단을 뛰어넘고 있었으며 양국 취재진도 매일 합동회의를 열어 정보를 주고 받는 등 부러운 장면이 도처에서 목도되고 있다.
이날 파티에서는 흑룡강성 출신의 조선족 여가수 김만씨 (30)가 나와 중국 노래를 부른 후 『남북한 선수단이 모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해 한국 기자단의 눈시울을 젖게 하기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