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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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는 별명을 가진 고혈압은 식사요법→운동요법→약물요법을 통해 조절한다.

고혈압 전(前)단계에 있는 사람(최고 혈압 121~139, 최저 혈압 81~89)에겐 저나트륨.고칼륨 식사가 최선의 고혈압 예방법이다. 고혈압 환자(최고 140 이상, 최저 80 이상)나 정상 혈압(최고 120 이하, 최저 80 이하)인 사람도 혈압을 올리는 식품을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 소금 섭취를 반으로=고혈압을 예방하려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러나 아는 것과 실천은 별개다. 우리 국민이 매일 섭취하는 소금량은 2001년 12.5g에서 2005년 13.3g(국민건강영양조사)으로 오히려 늘었다.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나트륨(소금의 주성분)을 덜 먹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혈압을 올리는 것은 소금 자체가 아니라 나트륨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은 5.3g(나트륨 섭취량×2.5=소금 섭취량). 고혈압 예방을 위해 이를 2g(소금으론 5g)으로 낮추는 것이 보건당국의 목표다.

국민고혈압사업단은 하루 소금(나트륨) 섭취량을 기존의 반으로 줄이면 최대 혈압이 평균 4~6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손숙미 교수는 "소금 섭취를 줄이려면 김치를 가급적 싱겁게 담그고, 국물.찌개를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혈압을 고려하면 염도가 1.8~2%인 김치가 적당한데 영남 일부 지역의 경우 김치 염도가 4%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국.찌개의 국물을 가능한 한 많이 남기거나 아예 국.찌개 그릇의 크기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하루 한끼 정도는 국 대신 숭늉을 먹고, 밥을 국에 말아먹기보다 국을 조금 떠서 밥에 비벼먹으면 소금 섭취가 줄어든다. 생선은 자반.소금 간 대신 소스나 레몬을 뿌려 먹는 것이 괜찮은 대안이다. 조미료(MSG).베이킹 파우더 등 나트륨이 '숨어 있는' 식품을 적게 먹는 것도 섭취를 줄이는 요령이다.

◆ 나트륨과 칼륨의 비(比)를 뒤바꿔야=혈압이 우려된다면 나트륨과 칼륨의 섭취 비율을 1 대 1.5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칼륨이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민의 식생활에선 이 비가 역전돼(1.5 대 1) 있다. 이를 되돌리려면 칼륨이 많이 든 다시마.미역.파래.김 등 해조류와 검은콩.콩.팥.강낭콩 등 콩류를 즐겨 먹어야 한다. 바나나.토란.토마토.오징어.아보카도도 칼륨이 풍부한 식품이다.

이뇨제를 혈압약으로 복용중이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거나 커피.술.단 음식을 즐기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도 칼륨을 보충해줘야 한다. 하나같이 칼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투석 환자 포함)는 칼륨을 과다 섭취해선 안 된다. 고칼륨혈증(혈액중 칼륨 농도가 높음)으로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어서다. 부정맥이 있는 심장병 환자도 칼륨의 과잉 섭취는 금물. 부정맥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강남성모병원 심장내과 백상홍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칼슘(우유.멸치.요구르트.시금치 등에 풍부).마그네슘(시금치.들깻잎.바나나.참깨.아몬드.오징어.콩 등에 풍부)도 부족하지 않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두 미네랄은 혈관 보호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 음주량 제한하되 물은 충분히=소량의 음주는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만성적인 '술꾼'이 고혈압 환자가 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순환기내과 홍경순 교수는 "혈압이 걱정되는 사람은 알코올을 하루 30㎖ 이상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남성은 제 잔으로 두잔 이하(맥주 720㎖.와인 300㎖.50도 위스키 60㎖.소주 90㎖), 여성과 체중이 적은 남성은 그 절반만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혈압이 높으면 물과 친해져야 한다. 고혈압 환자가 물을 적게 마시면 혈액의 농도가 높아져 혈전 등이 생기기 쉬워져서다. 특히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후나 발열.감기.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물을 바로 보충해줘야 한다. 고혈약으로 이뇨제를 복용하고 있을 때도 탈수가 생기기 쉽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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