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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잦은 호르몬 변화 여성은 스트레스에 약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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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남성보다 정서적이다. 언어 표현도 잘하고 감정을 이기지 못해 눈물도 잘 흘린다. 자연히 정서 장애도 잘 생겨 특히 노이로제(신경증)로 알려진 정신질환은 여성에게 빈발한다. 문제는 여성의 정신질환이 현대화와 더불어 늘어난다는 점. 여성에게 빈발하는 정신질환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본다.

'히스테리'어원은 자궁

◆ '히스테리' 어원은 여성의 자궁=변덕스럽고 신경질적인 정서변화가 특징인 히스테리증의 어원은 자궁에서 비롯된다. 예로부터 심한 정서변화는 여성의 특징으로 꼽혔을 정도. 원인은 잦은 호르몬 변화에 있다. 실제로 여성은 사춘기 이후부턴 생리.출산.수유.폐경 등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며 이에 따라 심신의 변화도 초래된다.

급격한 현대화는 여성의 신경증을 부추기는 요인. 연세대의대 정신과 민성길 교수는"전통적으로 여성은 거친 사회활동보다는 임신.출산.육아 등 평화로운 가정 일을 꾸리기에 적합하도록(근육량은 작고, 피하지방이 많음)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현대화 과정에서 남성의 전유물이던 심한 경쟁.투쟁 등이 필요한 사회활동, 즉 본능과 대립되는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스트레스가 몰려 신경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남성 중심의 여성 억압 문화, 사회적 차별도 여성 신경증 발생에 한 몫 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홍경수 교수는 "인간이 경험하는 커다란 정신적 스트레스 중 하나가 부당한 상황에 처했지만 자신의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들려준다.

즉 여성을 업신여기는 일이 당연시 됐던 조선시대 여성들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스트레스를 거의 안 받는다.

반면 절대적 상황은 현저하게 개선됐다 하더라도 남녀평등이 보편적 진리로 정착된 21세기 여성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여 정서 불안을 초래하기 쉽다. 남성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임금.직위 등 사회적 보상이 적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 즉 스트레스→뇌의 신경전달 물질 변화→신경증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회 참여 요구는 증가한 반면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부담해야하는 것도 문제다.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모두 잘 꾸려야 한다는'슈퍼우먼 신드롬'은 실제로는 어느 하나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자괴심.좌절감.스트레스 등을 초래하게 된다.

'우울증' 여성이 남성 2배

◆ 어떤 병이 많은가=가장 흔한 예는 유병률 10%에 달하는 우울증.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처음엔 좌절과 우울감을 느끼다가도 면역이 생기면 적응하거나 도전정신으로 극복해야 건강한 정신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심약한 여성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할 뿐 아니라, 경쟁심.도전정신이 적어 울적함에 오래 빠질 수 있다.

전통적인 여성의 미덕인 인내심이 강요되면 감정 억제에 지쳐 신체화장애로 표출될 가능성도 많다. 이 병은 여기저기 아파 이런저런 검사를 해보지만 딱히 의심할만한 신체질환이 발견되지 않는다. 심리적 고민이나 갈등이 무의식적으로 신체화 된 것이며, 꾀병은 아니다. 두통.피로.소화장애.복통.심장박동 증가.생리 불순 등이 대표적인 증상.

여러 증상이 한 사람에게 나타나면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모호하고 다소 과장돼 있는 게 특징이다.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히스테리는 심리적 갈등이 감각과 운동 기능을 갑자기 마비시키는 병이다. 그밖에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와 직결되는 생리전 증후군(생리전 불쾌감과 불안 증가), 산후 우울감이나 우울증.불면증.초조감 등에 시달리는 페경기 증후군 등은 여성만이 겪는 신경질환이다.

'약물 치료' 두려워 말라

◆ 신속한 대응과 치료가 필요=21세기 한국 여성이 신경증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기본. 내게 벅찬 상황이다 싶으면 혼자서 묵묵히 해결하려 들지 말고 즉시 주변의 도움을 청하자. 예컨대 사회 활동으로 가정 일이 삐끗거린다 싶으면 형편 것 도우미를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

하루 2시간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노력도 필요하다. 취미활동이나 운동도 좋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그저 차를 마시면서 빈둥거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방법으로 해결이 어려울 땐 전문가 도움을 처할 것.

민 교수는"여성의 정서 문제는 자녀 등 가족에게 즉시 전달돼 가족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쉽다"며 "자신의 정서변화를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 늘 해오던 일상생활조차 힘들어 지장이 있다 싶은 상황에선 즉시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조기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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