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수해복구 왜 늦나/피해집계 빗나가고 인력 태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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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붕괴둑의 길이ㆍ수심 예측 제대로 못해/가옥 무너질 위험높아 입주도 못할판
경기도 고양군일대에 물이 완전히 빠진 가운데 민ㆍ관ㆍ군 합동복구작업이 가속화되고 있으나 피해파악 과정에서의 판단착오와 열악한 작업환경에다 인력마저 부족,복구가 늦어지고 있다.
행주대교 하류 2㎞지점의 한강둑 복구공사의 경우 합동복구단은 당초 무너진 둑의 길이를 1백50mㆍ붕괴지점의 수심을 5m정도로 파악,2만입방m의 흙과 돌을 투입해 48시간동안만 작업을 하면 복구를 끝낼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었다.
그러나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재조사한 결과 유실부분은 1백90mㆍ수심이 8m로 파악됐고 15일 3차조사때엔 유실구간 3백34mㆍ수심 13m로 대폭 늘어났다.
초기조사에서는 물이 집중적으로 밀려든 부분의 강바닥이 5∼7m씩이나 깊이 팼다는 사실을 간과,복구공사를 지나치게 간단히 생각한 것이다.
종합대책본부는 피해가 이처럼 커지자 둑을 완전히 메우기 위해서는 처음 예상보다 6∼7배나 많은 13만입방m의 흙과 돌이 필요하다고 보고 원래 복구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즉 15일부터 1주일내에 팬 수심보다 평균 2m가량 높은 평균 8.5m 높이의 「임시제방」을 쌓고 다시 1주일동안 그위에 「영구제방」을 축조한다는 것으로 완전복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사장진입로가 상류쪽 제방에만 있고 그나마 폭이 7m에 불과,대형중장비의 교차가 어려워 17일 오전현재 1백50m를 복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둑지반이 약해 중장비가 빠지는 일도 잦아 공사진척도가 매우 느린 실정이다.
침수가옥의 경우 물속에 오랫동안 잠겨있었으므로 붕괴위험이 높아 안전도 검사를 받기전에는 입주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수재민들은 안전도검사에 따라 보상문제도 걸려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가옥복구는 미루고 있으며 집안청소나 미처 챙기지 못한 가재도구를 씻고 말리는 일이 고작이다.
그나마 삽ㆍ마대 등 일상적인 장비도 부족해 주민들이 세숫대야 또는 밥솥 등으로 방마다 들어찬 진흙더미를 퍼내고 있는 실정이다.
풍년농사의 꿈이 부풀었던 논엔 진흙이 20∼40㎝두께로 쌓여 벼줄기를 반이상 덮은채 방치되고 있다.
논의 진흙을 걷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만큼 농민들은 벼이삭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진흙덩이라도 떼내고 쓰러진 벼를 세우는 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일손이 워낙 달려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또 농약마저 구하기 어려워 병이 번져 누렇게 변해가는 논을 시름에 젖은 눈으로 바라만 보고있다.<고양=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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