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보다 동포애 앞세우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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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경아시안대회 참가자들에게 바란다
개막을 한 주일 남짓 앞둔 북경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단의 결단식이 14일 있었고 15일엔 그 1진이 현지로 출발했다. 벌써 오래전부터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각 언론기관 특파원들의 대회 준비상황 보도가 지면을 장식하는 분량도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도 고조되고 있는 이 행사분위기에 서서히 젖어드는 것 같다.
이번 북경아시안게임에는 우리나라에서 공식적 응원단으로 약 4천명의 국민이 참가하게 돼 있고 이미 일부는 현지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북한쪽에서도 약 2천명의 주민이 참관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긴 했으나 공식발표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한 숫자는 불분명한 상태다.
어쨌든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남북한 주민이 경기장 안팎에서 집단 또는 개별적으로 대면하거나 접촉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북한당국에서 그쪽 응원단의 행동을 특별히 통제하지만 않는다면 남북 주민은 우리 땅이 아닌 이국에서나마 대규모로 첫 상면과 교탄을 갖게 되는 셈이다.
그것은 예사로운 접촉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세심한 배려와 조심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선 북한의 선수나 주민들을 대할 때 승부의 맞수로서의 경쟁의식이나 승부감보다는 핏줄이 같은 동족으로서의 친근감과 선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 첫 만남을 값있게 만들어야 하겠다.
그들이 외부세계와 단절된 상황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여 우리가 그들과의 교류를 얼마나 갈망하고 있고 서로 돕고 살기를 원하고 있는가를 절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점에서는 『남북한이 승부에 지나치게 매달리지 말고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하고 북한대표단을 훈훈한 동포애로 대하고 북한이 선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기 바란다』는 대통령의 우리 선수들에 대한 당부도 깊이 새겨둘 만한 말이다.
다른 나라와의 경기에서 북한을 응원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남북대결의 경기에서도 승부보다는 상대방이 잘했을 때 함께 성원을 해주는 동포애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일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소득이 좀 높다 해서 북한선수나 주민들을 얕보거나 그들의 눈에 아니꼽게 보이는 일이 없도록 언행을 조심하는 것이다. 복장이 지나치게 요란하고 호화스럽다거나 고급음식점 혹은 상점에서 돈을 마구 뿌리는 행동 따위도 질시를 초래하고 이질감을 심화시키게 되므로 삼가야 하겠다.
이번 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 남북한 주민의 만남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민족의 동질성을 서로 확인하며,나아가서 앞으로 상호교류의 물꼬를 내는 데 좋은 기회가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선수와 응원단들이 현지에서 각자가 한사람의 민간외교사절이라는 각오와 자세로 의연하되 조심스럽게 임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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