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포화가 「고국전시회」부쩍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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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연변 교포화가 등을 중심으로 한 중국 교포화가들의 국내 전시회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김문무 이호근 김영호 정동수 석희만 이광춘씨 등을 들어 국내에서 전시회를 연 중국교포작가만 7∼8명에 이른다.
더욱이 오는 11월에는 중국의 대표적 교포화가 5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류전이 마련될 계획이어서 이 같은 교포화가전이 피크를 이루게 됐다.
이들 교포화가들의 작품은 거의 모두 교포사회의 소박한 삶의 모습과 자연을 사실적으로 표현, 보는 이들에게 지난날에 대한 향수와 동포애를 불러일으키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중국교포화가 전시회가 처음 마련된 것은 지난 87년8월 그로리치 화랑에서 열렸던 석희만씨(76·연변대 명예교수)의 파스텔화개인전.
당시만 해도 아직 한국과 중국간의 교류가 거의 막혀 있을 때라 쉬쉬하며 진행됐었다. 이 때문에 작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대신 화랑 측이 상당수를 사주었던 것으로 알러졌다.
그러나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양국간의 교류가 활발해지자 교포화가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임천 이광춘·정동수씨 등 교포화가들이 한해에 3∼4명 가량 고국을 방문해 전시회를 열었다. 이 같은 중국교포 화가전은 특히 올해 들어 부쩍 늘어났다. 한번 다녀간 화가가 다시 고국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미술협회와 현대백화점미술관은 공동으로 대표적 중국교포화가 50여명이 참가하는 「재 중국 조선인 작가전」을 오는 11월21일부터 30일까지 현대백화점미술관에서 열 예정이다.
이 전시회에는 연변을 비롯해 흑룡강성·북경 등 중국 전역에 살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는 교포화가들이 총 망라된다.
이 전시회를 위해 한국미술협회 김서봉 이사장은 최근 연변을 방문, 연변자치기구인 청소 년 발전기금회 측과 작가 선정 및 작품수집을 협의하고 돌아 왔다.
참가작가 중에는 그 동안 국내 전을 가졌던 화가들 외에 그 동안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이 대거 참가함으로써 중국 교포미술계의 수준과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교포화가들이 다투어 고국을 찾아 전시회를 여는 것은 무엇보다 현지에서는 불가능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개인전을 열더라도 작품을 팔 수 없기 때문에 작품판매를 통한 수익을 생각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곳에서는 개인만을 위한「사업」은 거의 허용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다른 직업을 갖고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린다.
그림으로만 생활하는 「전업화가」(전문화가)는 거의 없다. 연변만 해도 이 같은 전업화가는 장홍을씨 등 몇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교포화가들은 기회가 닿는 대로 여러 경로를 통해 고국에서 전시회를 열려고 한다. 작품값은 국내작가에 비해 크게 낮지만 그들에게는 엄청난 수익이 된다. 게다가 한국에서 많은 미술적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고급미술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
그 동안 국내전을 가진 교포화가들의 작품은 대부분시대에 뒤떨어진 인상파류의 사실주의적 화풍을 보였다. 그곳 체제의 특수성과 현대미술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을 앞세운 소위 「주제화」를 그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특히 소묘력 등 기본기에 있어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 국내화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6월 열렸던 김문무·이호근 전시회를 돌아본 원로화가 L씨는 이들의 뛰어난 기본기에 감탄하면서 그 자리에서 작품2점을 구입하기도 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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