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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몽골」제 이름 불러주기 환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몽골」을 몽골로 제대로 부르자는 주장은 약간의 이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앙일보는「몽골문화탐방」보고서에서 발음 표기에서나 역사 의식면에서 모두 그릇된「몽고」란 종래의 표기를 과감히 바로잡고 있다. 몽골 역사의 인식, 그리고 우리가 우리 자신의 역사를 인식하는데 새로운 장을 여는 일대 쾌거라 하겠다.
그렇다면「몽골」이란 이름의 말 뜻은 과연 무엇일까.「용감한 자」란 뜻일까, 아니면「은」이란 뜻일까. 몽골인들이 현지에서 그 뜻이「용감한 자」라고 한다고 하지만 이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거란(계단)에「칼을 든 자」라는 뜻이 칭기즈칸의 유목군단을 상기하면서「몽골」에도「용감한 자」의 뜻이 있다고 부회할만도 하고, 몽골인들 자신도 그렇게 함으로써 그 나름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학계에서 인정할만한 근거는 필자가 아는 한 찾아볼 수 없다. 또 Monggol과 발음이 비슷한 MONGGU(은)를「몽골」에 부회하여 그 말뜻을「은」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내몽골 출신 학자인 하칸추루 교수(대만변정연구소)의 논문은 이에 대하여 몽골 말을 잘 알지 못하는데서 비롯된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그의 논문『론「Monggol」(몽고혁)족칭지진제』에서 몽골 말에서의「몽」이나「골」또는「몽골」과 유사한 모든 낱말들을 추출하여 하나하나 꼼꼼히 분석하고 당시의 역사·사회적인 상황을 천착하면서「몽골」의 말뜻을 이렇게 해석해내고 있다. MONGO는 다수, 부유의 뜻이고 GOL은 중심, 주도하다, 주동하다의 뜻이니 MONGGOL은 결국「다수의 중심」이라는 뜻이라는 것이다. 몽골은 여러 부족의 중심 일뿐만 아니라 색목인·한인·남인을 비롯한 세계 인류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결론이다. 하칸추루 교수는 또 GOL은 중심이니「고구려」「고을」도 모두 같은 뜻을 갖는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무릇 고대에 제국을 세웠던 민족이 자기가 중심이고 나머지는 변두리로 보는 것이나, 자기는 사람이고 주변 사람들은 짐승 비슷하게 인식했던 것은 흔히 보는 일이다. 흉노도 원래「훈(HUN)」으로 지금도 몽골인들은 사람을「훈」이라고 하지 않는가. 에스키모도 자기들은 사람, 주변인은 짐승 이름을 붙여 불렀고 중국인도 자기는 하(사람의 뜻)로 보고 주변인은 그렇게 보지 않았던가.「다수의 중심」이 되는 민족, 곧 중국인이라는 뜻이 아닌가. 중국이「중국」이 아니라 무릇 제국을 이룬 나라는 다「중국」이었다. 몽골제국 사람도 중국인이요, 고구려 제국 사람도 중국인이다. 다만「반원(몽골)친명」을 표방하고 한족 중심의 주자학적 인식의 틀에 매몰되어『삼국사기』의「본기일렬전」체계를『고려사』의「세가일렬전」체계로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시켜 우리의 역사를 인식하는 틀을 뒤바꾸어 놓았던 조선왕조 초기 주자학도들의 역사 왜곡이 우리의 눈을 멀게 했을 뿐이다. 이제「몽골」을 몽골로 바로 잡아 부르고 쓰게 된 것을 더없이 기쁘게 생각한다. <주채혁(강원대 사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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