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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어, 영화야? 그 장면, 그 얘기 … 아니, 광고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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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요즘 광고를 보다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인데 …'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눈에 익은 장면은 바로 영화를 패러디한 것들이다. 영화의 주요 장면을 모티브로 사용한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화처럼 만든 광고다.

영화가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장르로 부상하면서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인상 깊은 영화 장면들을 차용해 광고 효과를 높이는 전략이다. 영화처럼 이야기를 구성하고, 영화 촬영기법을 도입하는 등 광고 자체도 스펙터클해지고 있다.

반면 영화 예고편은 광고를 닮아가는 등 광고와 영화 두 장르의 만남이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영화 같은 광고= 르노삼성차의 SM3 광고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게 하는 추격 신으로 눈길을 끈다. 말을 탄 '고스트'들이 자동차를 추격하는 장면에서 전문 스턴트맨들을 동원하고, 17m 크레인 촬영장비를 투입하는 등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오래된 성과 숲 속 등 촬영지도 영화 '반 헬싱'을 찍었던 체코다.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후 환유고' 광고는 숙종을 놓고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벌이는 갈등을 소재로 했다. 인현왕후(이영애 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광고는 신(장면) 넘버까지 넣어 사극 '장희빈'을 보는 듯하다. 예쁜 모델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기존의 화장품 광고구도에서 탈피, 사극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참신한 시도라는 평가다.

디지털카메라 캐논은 영화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거친 파도와 사투를 벌이는 듯 보이는 노인의 모습을 확대해 보니 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한 노인이 포장마차 영업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전이다.

한석규를 모델로 한 삼성화재 '올라이프' 광고는 그의 대표작을 광고 한 편에 담아 마치 한석규 스페셜을 보는 듯하다. '초록물고기' '넘버3'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등 총 6편의 영화에서 손해배상.상해.질병 등과 맞아떨어지는 장면을 모아 편집했다. 제일기획 장종철 차장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보험상품 내용을 영화장면으로 쉽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현이 휴대전화 공장장으로 나온 애니콜 광고는 동화를 원작으로 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패러디했다. 광고에서는 초콜릿 대신 휴대전화가 만들어지며, 공장에서 일하는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자동화 시스템 등이 영화적으로 표현됐다.

◆영화 예고편은 광고처럼=반면 영화 예고편은 점차 광고와 비슷해지고 있다. 예고편이 영화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예고편 또한 본 영화의 장면장면을 잘라 만든 편집영상에서 벗어나 '영화 예고광고'라는 별도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유명 광고감독의 영화 예고편 제작도 늘고 있다. 영화에도 없는 별도의 화면으로 예고편을 만드는 것이다. 연말 개봉 예정인 '미녀는 괴로워'의 티저 예고편은 만화적 상상력과 광고적 영상미를 갖춘 한편의 광고다. 날씬한 몸매로 거리의 뭇 남성을 홀린 여성이 집에 들어가 긴장을 풀고나니 눌러왔던 뱃살이 삐져나오는 '뚱녀' 였다는 설정. 유명한 CF 감독인 박명천 감독이 만든 '퍼즐' 예고편은 영화에도 나오지 않는 헬기.자동차 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사랑하니까 괜찮아'의 경우 주인공들이 명동 한복판에서 키스를 하는 장면을 티저 광고로 만들어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광고대행사 웰콤의 박정현 국장은 "관객 시선을 잡기 위해 장르 구분 없이 소재와 기법을 찾는 것이 요즘 대중문화계의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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